한남규 정치부차장「새정치」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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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얘기는 이제 옛말이다.
스피드시대라 그 절반정도의 기간이면 옛날 10년에 맞먹는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차한에 부재하는 분야가 한군데 남아 있다.
만5년전 우리정치는 일대변혁을 경험했다.
정치풍토쇄신법에 의해「구정치」가 철퇴를 맞았다.
거물정치인 2O여명이 권력형부정부패와 사회불안조성등 혐의로 구속되는가하면 5백60여명의 정치인이『정치혼란의 현저한 책임』을 지고 정계에서 퇴장했다.
그래서 등장한「새정치」가11대국화를 거쳐 12대국회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끝난 l2대국회의 첫 정기국회 회기 90일을 돌이켜보면 변칙과 혼란, 대립과 갈등, 상호불신과 쌍방 무시의 연속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같은 정치혼란을 되풀이 하기위해 그토록 엄청난 대변혁을 겪어야했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5년이면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 정치는 달라진게 무엇인가. 혹시 후퇴까지 있지는않았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런평가를 내리게하는 대목도 없지 않다.
예산안처리가 그 한 예다. 구정치에서도 예산안 단독처리는 있었지만 회의장을 욺겨 처리한 예는 없었다.
과거에도 예산안절충이 안돼 밀고당기는 혼전은 허다했다.
법정처리시한을 넘겨 12월31일에야 겨우 통과시킨 예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는다른 말로 하자면 피차 어려움은 있었지만 상대를 끝내 버리지 않았고, 협상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얘기는 구정치와 새시대를 굳이 비교하거나 특정정당을 비판하자는게 아니다.
어디에나 필유곡절이게 마련이니 버스 지난후에 손드는 식의 비판은 소용없는 것인지 모른다.
다만 어지러운 형국이 재연되고 심지어는 악화되는데 대한 개탄일 뿐이다.
이제 90일간의 회기를 끝내고 폐회되는 정기국회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5년전 높이 게양됐던『화합의 정치』『민주주의 토착화』의 깃발을 다시 꺼내달아야 하겠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국을 위해 여는「아마추어정치」를, 야는「술수정치」와「계파정치」의 상호불신과 오해를 조속히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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