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당했다' 여고생 아파트서 투신…생명엔 지장없어

중앙일보

입력

인천에 사는 한 여고생이 '왕따를 당했다'는 내용의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 5층에서 투신해 크게 다쳤다.

12일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시10분쯤 인천시 남동구의 한 아파트 5층에서 인천의 한 고교 1학년 A양(16)이 투신했다.

A양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인근 주민의 신고로 즉각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큰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찾는 등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충격으로 말을 못하는 상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A양은 투신하기 전 부모에게 장문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엔 "부모님께 죄송하다. 그동안 학교생활이 많이 힘들었다"며 집단 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적었다. 또 따돌림의 주동자로 같은 학교와 다른 학교 학생 등 4명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양에 대한 험담을 올리고 욕설을 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A양이 다닌 학교 측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A양이 투신하기 몇 시간 전 담임 교사에게도 왕따 사실을 알리는 장문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진상조사를 하면 괴롭힌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할 수 있느냐'는 내용 등을 담겼다"며 "현재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문제가 있다면 학생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투신한 아파트가 이 학생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A양이 왜 이 아파트까지 찾아왔는지 확인 중"이라며 "A양이 부모와 담임교사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토대로 실제로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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