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태 비자금 창구 의혹…이창하 “사업 특혜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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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하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에 연루된 건축가 이창하(60)씨가 11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이씨는 남상태(66·구속) 전 대우조선 사장의 해외 비자금 조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에 따르면 수사팀은 남 전 사장의 해외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의 흐름을 추적하다가 이씨가 관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특수단 내부에서는 이씨를 ‘대우조선 경영비리의 한 축’이라고 부른다.

검찰 조사…남 전 사장과 친분 부인

이씨는 이날 오전 조사실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서면서 “남 전 사장에게서 사업 특혜를 받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이가 없다”는 답변을 두 차례 반복했다. 또 남 전 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아니다”고 했다. 남 전 사장과의 친분에 대해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회사 동료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006~2009년 대우조선 계열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관리본부장(전무급)을 지냈다.

이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특수단은 서울 다동 대우조선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지난달 8일) 전부터 확보해 온 내사 자료를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수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에서 나온 돈을 추적하다 보면 이씨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2010~2012년 대우조선이 오만에서 추진한 선상 호텔 사업이다. 대우조선은 이씨 회사를 인테리어 업체로 끼워 넣고 사업을 진행했다. 대우조선은 이 사업에서 400억원의 손실을 봤다. 특수단은 이 사업 과정에서 이씨 측으로 수억원 이상이 빼돌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2001년 MBC 주말프로그램 ‘러브하우스’에 출연하면서 스타 건축가가 됐다. 저소득층 가정의 집을 새로 꾸며주는 이 프로그램은 큰 인기를 얻었다. 이씨는 이후 수도권 한 대학의 디자인 관련 학과장직을 맡았지만 2007년에 ‘서울대 미대 76학번 합격 경력’ 등이 허위로 드러나면서 사퇴했다. 2009년 대우조선해양건설 본부장 재직 때는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선욱·송승환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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