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사 옥중한시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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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최철주특파원】 안중근의사가 만주 여순형무소에서 한문습자 교습서의 여백에 쓴 옥중한시 11편이 발견되었다.
이 한문습자 교습서는 얼마전 서울에서 최서면씨(동경한국연구원장)가 발견, 일본에 가져가 공개한 것인데 안의사가 옥중에서 간수들에게 써준 글이나 편지등이 발견된 예는 많으나 그의심경을 쓴 한시나 소지품이 그대로 발견된 예는 처음이다.
습자교습서는 강희2년(1908년) 서울에서 발간된것으로 국배판정도의 크기.
안의사의 친척으로 보이는 안태영씨가 안의사의 습작과 정신수양에 도움을 주려고 옥중으로 들여보낸것으로 보이며 그습자본 여백3페이지에 걸쳐 진필로 한시를 적어 놓았다.
이책을 최근에 입수한 최서면씨는 10일 『안의사 유족이 당시 시신과 옷을 비롯한 소지품등 유품을 인도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일제당국이 안의사의 유품등이 당시 국내의 의병항쟁운동에 이용될것을 염려하여 이를 묵살, 되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의사는 이 습자책 대가법첩에서 대한침략의 원흉이며 초대조선통감인 「이또」(이등박문)를 암살한 의거에 몸을 내던진 자신의 사상과 앞날에 관해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만일 일이 안이뤄지면 죽어도 조국에 안돌아가">
한시의 내용
『남자가 뜻을 육대주에 세웠으니 일이 만일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죽어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을것이다.
나의뼈를 어째서 선영에다 묻기를 바라는가』
『차라리 대동강물이 다 마를 지언정 남자가 처음한 맹세를 저버릴수 있겠는가』
독립쟁취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몸을 던져 의거를 실행한 안의사의 결의와 각오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의거가 실패했을 경우 죽더라도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장렬한 결심의 일단을 피력하고 있다.
『희미하게 생각나는것은 전생의 꿈과 같은데 고요한 혼백은 죽지않고 돌아올수가 있었다.
나의 혼백만이 짧은 지팡이를 짚고 나의 살던 집을 찾아가니…』
『남자가 차라리 죽을 지언정 바른 마음을 속일까보냐. 판사·검사가 어찌 나의 속마음을 알까. 원수는 갚았고 외로운 혼은 땅에 떨어진다』.
의거결행에 대한 정당성과 의거가 성공된데 대한 안도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사형집행을 앞두고도 두려움과 흔들림없는 담담한 심경과 죽음을 초월한 의연함과 여유, 그리고 처형당한 뒤 외로운 혼이되어 그리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꿈을 그려조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도 엿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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