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쟁점 베일에 가려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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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보험및 지적소유권 개방문제를 둘러싼 한미실무자간의 협상이 9일부터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레이건」미국대통령이 의회의 무역보호 임법조치에 대한 대행수단으로 보험및 지적소유권에 대한 통상법301조 발동을 선언한 이래 양국 정부사이에는 빈번한 비공식 접촉이 있었으나 양측이 공식으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만큼 오는 12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담은 한미간에 심각한 의견대립을 보여온 보험시장개방및 지적소유권보호문제의 향방을 가늠할수 있는 중요한 회의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정부는 시장개방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장기화되는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아래 『가급적 이번 회담에서 실무적인 쟁점을 매듭짓고 연내에 완전한 타결을 짓는다』(12윌7일 김기환해외헙력위기획단장)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회담에 임하는 정부는 협상에서 다루어질 구체적 쟁점이나 양측의 주장 일체를 비밀에 붙이고 협상이 타결된 뒤 결과만 발표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아닐수없다. 한미양국 대표자간에 이렇게 하기로 원칙을 정했다지만 국가의 이해가 걸려있고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있는 문제에 대해 협상과정을 국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기로 합의해준 당국자들의 의도는 납득하기 힘들다.
심지어 9일 열리는 회담장의 사진마저 언론기관에서 찍는 것을 허용치 않고있을 정도다.
해외협력위의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정부의 비밀주의가 미국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회담의 진행상황은 물론 실무자 회의가 끝난후에도 『높은 차원의 합의가 끝나 발표가 있을때 까지는 신문이 취급도 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있어 회담자체가 완전히 미국측의 페이스대로 움직이고 있는듯한 인상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정부는 지난10월 김기환해협위기획단장이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11월에 다시 박청부해협위투자협력관을 수석으로 하는 실무조사단을 미국에 파견하는등 빈번한 비공식 접촉을 가짐으로써 양측의 이견을 상당히 좁혀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대체로 우리가 미국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일방통행적인 것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저작권보호문제에서 한국측은 당초 특별법을 제정, 복사및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하되 임법후 1년이내에 실시하고 위반자에 대한 처벌은 6개월이하의 징역 혹은 3백만원이하의 벌금정도로 한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복사및 번역을 저작자가 거부할 경우를 상정, 저작료를 공탁하는 경우에도 합의가 「불가능 혹은 불성립」한 때에는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공탁을 할수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국측은 법제정후 6개월이내 실시를 주장하고 처벌도 너무 가볍다고 이의를 제기해 왔다. 저작자가 협상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불가능 혹은 불성립」의 경우 공탁금을 걸고 번역·복사하는것은 너무 일방적이라고 주장해왔다.
결국 한국측은 실시시기를 입법후 6개월이내로 하고 벌칙 규정도 l년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이하의 벌금으로 대폭 강화하며 저작자가 불응하는 경우의 처리도 「성심껏 노력해도 불성립되는 경우」로 조건을 어렵게만든 안을 새로 만들어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끌고있는 물질특허에 대해서도 정부는 86년중에 이에관한 입법조치를 끝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보험문제는 화재보험의 국내풀가입을 이미 결정, 86년부터는 이제까지 국내화재보험회사만 받을수 있던 7대도시의 4층이상 건물에 대한 보험을 외국손보회사도 받을수 있게했다.
생명보험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일괄 타결, 개방시기를 예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86년을 시점으로 보험및 지적소유권에 대한 한국측의 개방조치는 사실상 모두 끝나고 실시시기만이 문제로 남게 되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개방에 필요한 절차를 내년까지 모두 끝낸다는 전제아래 실시시기를 중점적으로 논의할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보험이나 지적소유권등에 관해 우리정부가 예정하고 있는것보다 앞당겨 개방 또는 보호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정부의 조기개방요구가 미의회의 보호입법조치에 대한 행정부의 대안으로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며 내년 11월의 중간선거를 의식한 「레이건」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로써 이같은 미행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가능한 최대한 지원을 해야한다는 우리정부의 입장도 이해 못할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것은 우리의 국익이며 양국 정부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한 국민의 판단이다.
국민을 이해부족이라고 뒷전으로 제쳐놓고 막후에서 협상을 벌인다든가, 결과만 알라는 자세는 있을수 없는일이다. 모든 대외협상은 국민적 컨센서스위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정부의 판단만이 옳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까 묻고싶다. <신성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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