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제재에 반발 “최고 존엄 도전은 선전포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린 미국 정부 조치에 대해 북한이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격하게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8일 성명에서 “미국이 우리 최고 수뇌부를 걸고드는 망동을 부렸다”며 “최고 존엄에 감히 도전해 나선 것은 최악의 적대행위로 우리에 대한 공공연한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제재의 즉각 철회 ▶북·미 간 모든 외교적 접촉 통로 차단 ▶미국의 적대행위를 분쇄하기 위한 초강경 대응 등 세 가지 입장을 밝혔다.

“전시법 따라 처리” 강경 대응 밝혀

그러면서 “이제부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공화국의 전시(戰時)법에 따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2012년 펴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전’에는 ‘전시법’이 별도의 법령으로 소개돼 있지 않다. 하지만 북한은 2010년 5월에도 정부가 ‘천안함 대응 조치’를 발표하자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의 담화에서 “남북 관계 모든 문제는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일방 선언한 적이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거론한 공화국 전시법은 ‘전시사업 세칙’을 말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시 구체적 행동지침을 담은 전시사업 세칙은 전시를 ‘선전포고를 한 때부터’로 정의했다. 익명을 원한 북한 인민군 고위 간부 출신 탈북민은 “평시에는 미국인 억류 시 노동교화형 15년형에 그칠 사안도 전시법이 적용되면 총살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책임연구위원도 “전시에 준해 적국의 자산 동결은 물론 적국 인원을 억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장 위원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고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위해(危害)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국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의 개탄스러운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동시에 인권 유린행위 중단, 정치수용소 폐쇄, 북한 주민 자유 보장, 인권 유린 관련자 책임 부과 등을 위해 북한을 계속 압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