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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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1면

이번 글의 제목은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대학생활」. 대학에 진학하려는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논제다.
대학이란 어떤 곳인가, 왜 사람들은 대학에 가려고 그렇게 노력하는 것일까? 자신의 눈에 비친 대학캠퍼스와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대학은 어떻게 기여해야하는가? 대학에 가고 못가고가 내 인생에 어떻게 관계되는가…등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우선 정리한 다음에 대학생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포부나 계획을 피력하면 될것이다.
그런데 이번 응모작품들을 보니 상당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대학의 실체와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고광선군의 글은 꽤 중량감은 있으나 명사의 훈계조와 더불어 추상적 관념론에 흐른 감이 있다. 대학생이 지녀야할 마음의 자세는 그런 대로 나타냈지만 자신이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은 없다. 이런 글은 잘못하면 어느 대학신문의 사설이나 교수의 신입생에 대한 당부의 말을 베껴 쓰지 않았나하는 오해를 받기쉽다.
대학을 이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로 본것, 대학생활을 하나의 성을 건축하는 일에 비유한것 등은 상당히 세련된 표현이다.
그러나 이것도 너무 지나치면 수사의 기교가 도리어 읽은이의 반감을 살수도 있다.
출제자의 의도는 「…해야 한다」「…이어야 한다」는 부위론이 아니라 「…게 하겠다」는 포부와 계획을 묻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논술의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글씨도 멋을 부리지 말고 읽기 쉬운 정자로 쓰길 부탁한다.
조석규군의 글은 씩씩한 기상이 좋았다. 대학생활이 「낭만」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개인의 쾌락추구보다는 진정한 학문탐구와 사회생활의 준비과정이라는 표현은 좋다.
그러나 글짓기의 기초가 되는 맞춤법·띄어쓰기가 잘못된 부분이 많다. 글의 짜임새에도 신경을 써야 되겠다. 전체적으로 문장이 거친 느낌을 준다.
㈎는 뜻이 모호하며 끝에「건」이 삽입되어야 다음에 오는 「의미에서건」과 연결이 될 것이다. ㈏는 한글로 표기하도록 할것. ㈐는 「라」로, ㈑는 「세째」로, ㈒는 「쌓아서」로 표기해야한다.
김은전<서울대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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