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사이버도박으로 연 1조 외화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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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박사이트 운영 등 사이버상에서 불법 행위로 벌어들이는 돈이 한 해에 1조원(약 10억 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당국은 또 북한 정찰총국과 노동당 통일전선부 등에서 6000여 명의 해커가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주장
중국·동남아 등 거점 수십 곳
1곳당 평균 100억 수익 챙겨
정찰총국·통전부 해커 6800명

국군기무사령부와 국방보안연구소가 7일 연 ‘제14회 국방 정보보호·암호 콘퍼런스’에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이 단속이 취약한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수십 개의 거점을 운영하며 사이버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며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제작·판매하거나 현지인을 내세운 도박사이트 운영, 해킹을 통한 사이버머니 절취 등의 방법으로 벌어들이는 외화가 연간 1조원”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을 지낸 유 원장은 “불법 도박사이트 수익금을 현지인과 6대 4 또는 5대 5 방식으로 나누는데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내는 거점들이 전 세계에 수십 곳”이라며 "이곳에서 6000억~7000억원을 벌어들이고 여기에 프로그램 판매 및 업그레이드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연구원은 보수 성향의 비영리법인이다.

실제로 북한 사이버 관련 요원들은 2014년 4월 캄보디아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는데, 당시 압수한 돈이 100억원에 달했다. 행사를 주최한 국군기무사 관계자는 유 원장의 주장에 대해 “정보 당국에서도 유 원장의 주장과 유사한 분석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외교행낭으로 평양에 보내거나 현지에서 세탁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정보 당국 인사는 “북한이 제작해 국내에 판매한 도박 프로그램에는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다”며 “도박을 위해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는 유사시 좀비PC(공격자에 의해 원격으로 제어되는 PC)로 활용되는 등 사이버전에도 쓰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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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은 이날 “북한의 사이버전 유형이 점점 진화하고 대담해지고 있으며 대상도 민·관·군 등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전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 20여 곳의 조직에서 활동하는 해커가 6800여 명”이라며 “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하고 군 형법도 개정해 사이버 안보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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