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기자들 취재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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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적10차본회담 북적대표단과 함께 2일 서울에 도착한 북측기자들은 전에없이 매우 활동적인 취재를 벌여 이채를 띠었다.
이들은 지난9월 남북적고향방문단·예술공연단 교환방문때 평양에 간 우리측기자들의 적극적인 취재를 의식한듯 종전태도를 돌변, 취재공세를 폈다.
○…북적대표단중 기자들은 식사나 행사가 끝난후 호텔로비·아케이트및 호텔주변등을 거닐며 우리측 호텔방문객·수위·여점원·인부·운전기사등에게 주로 우리의 생활상을 알아보려는 질문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북적대표단은 행사나 식사가 끝난 뒤면 바로 숙소로 올라가 거동을 않았으나 이번의 북측 기자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했고 안면있는 우리축 안내원이나 기자들과 어울려 코피숍에서 차를 나누며 환담도 했다.
조총련의 조선신보사 편집국장은 우리측기자가 「북한」이라고 호칭하자 「이북」 「북측」 「평양측」이라고 말해야지, 왜 북한이라고 부르느냐』고 항의하는등 특히 용어에 관해서 비상한 관심을 표명했다.
○…만찬이 끝난뒤에도 북측기자들은 숙소로 올라가지 않고 로비를 돌아다니며 취재에 열을 올렸는데 지하1층의 디스코클럽 앞에서 「미성년자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을 보고 『왜 미성년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고 관리인에게 물었다.
이에 『미성년자에게는 좋지못해 입장을 안시키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는 『미성년자에게 나쁜 것은 어른들에게도 나쁜게 아니냐』고 한마디하고 물러가기도.
○…회담50분전부터 회담장에 내려온 북측 기자들은 2일에 이어 관계자들에게 질문공세를 펴는등 열띤 취재.
한 기자는 안내를 맡은 적십자부녀봉사원에게 『직업이뭐냐』『아버지직업은 뭐냐』『학생이라면 학비가 얼마냐』고 물었고 결혼한 안내원에게는 『동원된것이 아니냐』 『아이들은 어디다 두고 나왔느냐』 『바깥양반이 이런일 하는것을 좋아하느냐』는등 다분히 의도적인 질문을 했다.
또 한 기자는 『오늘아침신문에 국회예산안을 여당단독으로 통과했다는데 이렇게되면 야당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것이 아니냐』고 즉석토론을 우리측 기자들에게 제의, 우리측 기자들이 『우리 의회제도의 이해가 있어야 이번일을 정확히 이해할수 있다』고 설명하자 『어쨌든 야당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자기주장만 강조.
○…북측기자들 중에는 4명의 조총련계 기자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옷차림이나 말씨가 달라 금방 식별할수 있을 정도.
○…이날 상오10시 회담장에 들어온 이종률 북적단장은 이영덕 한적수석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마자 『어젯밤 동창들과의 감격적인 상봉을 생각하느라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면서 『이번10차 회담에서는 좋은 결실을 보아 겨레에 기쁜 소식을 전해주어야 되겠다』고 말하자 우리측 이수석대표는 『마음이 서로 비슷한것 같다.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자는 생각에 4시간반 밖에 못잤다』고 대답.
이에 북적 이단장이 『나는 3시간반 잤다』고 응수해 회담장에서는 잠깐 화기가 돌았다.
○…북적 박영수대변인은 3일낮 10차 적십자본회담 첫날회의가 끝난뒤 쉐라톤호텔 컨벤션센터2층 기자회견장에서 내외기자회견을 자청, 이날 회담에서 있었던 북적 이종률단장의 기조발언문을 20여분간 장황히 설명.
박대변인은 또 적십자대표단의 남북왕래를 위해 항공기를 이용하자는 종래의주장을 새로운 제안이라고 강조했는데, 『북측의 항공기이용제의는 어떤 저의가 있는것이 아니냐』는 우리측기자들의 물음에 『평양에서 서울에 오려면 개성까지 열차를 이용한 뒤 다시 승용차로 갈아타야 하는등 이틀이 걸리기 때문에 왕래의 신속을 위한것』이라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꼬리를 흐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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