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예산도 공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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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을 비룻한 전국 13개 시·도의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고 있다. 2조2천억원에 이르는 서울시예산은 이미 그 규모와 골격이 짜여진가운데 각계 전문인들이 참여한 시정자문위원회에회부돼 의견을 듣고있는 중이다. 나머지 시·도예산은 내무부와 협의·절충중에있는 모양이다.
이들 시·도예산의 윤곽은 조만간 밝혀지겠지만 대체로 서울시 예산의 2배가 넘는다고하니 서울을 포함한 전국 시·도예산은 6조원을 훨씬 웃돌것으로 짐작된다.
6조원의 예산액은 내년도 정부전체 예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처럼 엄청난 예산이 서울시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공개적심의도 없이 짜여져 집행되고 있다면놀라지 않는 사람이드물것이다.
땀흘려 낸 세금이 납세자도 모르게 짜여지고 쓰여져서야 사리나이치에 닿지 않는다.
세계 어느나라를 보더라도 예산은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부예산만해도 3백명에 가까운 국민의대표가 관계장관을 불러놓고 상임위와 예결위·본회의를 거쳐가며 오랜기간 심의를 거듭하고 있지 않는가.
이 심의를 통해 불요불급하거나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석이 있으면 조정하고,부족한 부분은 메우는 작업을 하고있다.
예산의 팽창은 곧바로 국민의 부담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팽창원인을 따지기도 하고 예산이 특정부분에 과도하게 짜여져 있으면 충분히 납득할수 있을 때까지 그 이면을 캐낸 다음에야 넘어가고 있다.
국가예산이 이럴진대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지방예산이 몇몇 공무원들에 의해조정되고 자의로 집행되고 있다는것은 아무리 좋게 해석하려해도할수 없는 문제다.
예산편성의 지침이나 기준이 납세자들에게 전해진적도 없거니와 집행의 결과도 보고는 물 론 공개된일조차 없다. 서울시는 24년만인 작년부터 처음으로 사전에 예산을 공개했다.
그러나 말이 공개했다뿐이지 예산편성의 핵심이라할 예산지침이나기준 마련 작업엔 참여하지 못한채 정해진 규모만읕 놓고 의견을듣는 절차를 밟고있다.
서울시 예산안을 총리실 행정조정실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하나 국가 전체예산의 20%나 되는방대한 예산을 8명의 공무원이 말고 있는것도 얼른 납득이 안간다.
시·도예산이 이처럼 파행성을 걷게된 것은 5·16후 지방자치제가 정지되면서다.
지방의회의 낭비와 비능률이 거론되고 행정주도의 성장우선이 강조되면서 예산의 비공개가 당연한것처럼 오늘날까지 관행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능률성이란 이름아래 행정의민주성이 무시되어온 셈이다.
행정이념의 가치는 헌정의 기본원리를 떠나서는 존재할수 없다. 왜냐하면 행정은 통치이념의 기본적 실현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이나, 이를 바탕으로한 통치이념이 민주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행정의 민주화는 공개와 주민참여를 의미하며 국민의 사전·사후적 행정통제없이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방자치제실시를 눈앞에두고 있다. 국민의 수준도 60년대나 70년대와는 딴판으로 참여의 폭을넓히지 않으면 안될만큼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민주행정의 구현은 예산공개의 선행에서부터 시범을 보여주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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