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브와 등 돌린 존슨, 레드섬 지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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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이끌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4일(현지시간) 보수당 총리 경선에 나선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 차관을 지지했다. 그는 “레드섬은 탈퇴파와 잔류파들을 수주일 또는 수개월 내 단합시키는 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 차기 지도자에게 필요한 민첩함과 추진력·결단력도 있다. 나는 내일(5일) 레드섬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출마 고브에게 보복 해석
보수당 표심에 영향 줄 가능성

존슨의 지지 선언을 두고 ‘보복’이란 해석이 나왔다. 존슨은 동지였던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존슨은 총리로선 부적격자”라며 기습 출마 선언을 하자 3시간 만에 총리 불출마를 발표했다. 당시 존슨은 “고브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지만 주변에선 “등 뒤에서 찔렀다”, “고브야말로 부적격자”란 비난이 나왔다.

보수당 경선 투표는 5일 시작됐다. 오는 12일까지 의원들이 세 차례 투표를 통해 후보 5명을 2명으로 줄인다. 이후 15만 당원들이 우편 투표를 하고 그 결과는 9월 9일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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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아 레드섬 영국 에너지 차관이 4일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런던 AP=뉴시스]

총리 경선에서 잔류 진영의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앞서고 있다. 4일 현재 330명 의원 중 115명이 공개 지지했다. 존슨의 동생인 조 존슨 의원도 포함됐다. 레드섬(40명)·고브(26명)가 뒤를 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존슨이 보수당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존슨의 지지가 당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 대 고브’의 남녀 대결이 아닌 ‘메이 대 레드섬’의 여여(女女) 대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BBC 방송은 “메이가 앞서고 있으나 최근 몇 일 만에 분위기가 급변하는 보수당 상황을 볼 때 승자를 예상하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에 호의적인 보수당 활동가 블로그 컨서버티브홈에선 레드섬이 38%의 지지로 메이를 1%포인트 차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사회는 브렉시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극우주의자에 의한 인종차별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 노동당 대표였던 마이클 풋의 기념 조형물이 나치 문양으로 더럽혀졌는가 하면 제2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의원에게 살해 협박도 있었다. 이민자들 중 욕설을 들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EU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영국인도 늘고 있다. 아일랜드계는 아일랜드 국적을, 2차대전 전후 독일 나치 정권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후손들은 독일 국적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역으로 영국에 사는 EU 시민 중엔 영국 영주권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EU와의 탈퇴 협상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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