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 불법조업에 정부 "북한 수역 진입로에 단속선 상시 배치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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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 문제와 관련, 중국 당국에 “북한 수역으로의 진입로에 중국 단속선을 상시적으로 증강배치해 불법 조업 어선의 진입 자체를 차단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출항지에서부터 불법 어획물 유통도 차단해야”
중국 “한국 요청사항 유념…책임 회피하지 않겠다”
북한의 조업권 판매 문제에 “정상적 채널 우회한 것…단속하겠다”

외교부 동북아국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전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한·중 간 9차 어업문제협력회의에서 우리 측은 중국 당국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조치를 취해 불법 조업 어선의 감소라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회의는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한국 측에서는 배종인 외교부 동북아국 심의관이, 중국에서는 천슝펑(陳雄風) 외교부 영사국 부국장이 수석대표를 맡았다.

정부는 특히 ▶중국 지방항구에서 금어기를 준수하고 불법 어획물 유통을 차단하는 등 출항지 단계에서부터 단속을 강화하고 ▶서해상 북한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조업을 하지 못하도록 지도하라고 중국 측에 요청했다. 이와 함께 올해 서해 NLL(북방한계선) 및 한강 하구 등 한국 측 수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다 나포된 중국 어선에 대한 정보도 전달했다. 중국 측은 이에 대해 “한국 측의 요구사항을 유념하겠다. 단속 문제와 관련해 양국 간에 긴밀히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중국 측은 “어민과 어선의 수가 매우 많아 관리 측면에서 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진 않겠다”며 회의 초반부터 자체적으로 취하고 있는 단속 조치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국가해경선, 항공기를 통한 순찰 실시 및 불법조업 중국어선 2000여척 퇴거 ▶6월11일 이후 중국 국가해경국 주도로 지방정부와 함께 한강 하구 불법조업 단속을 위한 단속선 10척 투입, 중국 어선 진입 차단 및 퇴거 어선 20척 검거 등이다. 한국 측은 이를 평가하면서도 “더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중국 측은 과거 불법 조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에는 가난한 어민 3000만명이 있다”고 온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호소하곤 했으나, 이날은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단속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달 한국 어민들이 NLL 남쪽 해상에서 불법조업중이던 중국 어선을 직접 나포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해상 북측 수역 내에서 북한이 중국 어선에 조업권을 판매한 문제도 논의됐다. 한국 측이 먼저 “서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이 NLL을 넘나들면서 조업을 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필요한 규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중국 측은 “이런 어선들은 정상적인 채널을 우회해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위반행위에 대해 단속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측도 북한과 중국 어민들 사이에 조업권 매매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조업권 판매설은)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매체들이 어디에서 듣고 그런 내용을 부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중국 측 인사들은 목포해양경비안전서(해경)를 방문했다. 회의장소를 광주로 정한 것도 중국 측이 불법조업 단속 문제를 관할하는 목포해경 측과 직접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안전서에서 불법조업 어선 단속 영상 등을 중국 대표단에게 보여주며 실태를 브리핑했다. 한국 해경이 중국 어선을 구조하는 영상도 포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어민들이 단속에 거칠게 저항하는 장면도 나왔고, 중국 측도 이를 보며 심각성을 인식하는 듯 보였다. 영상을 모두 보고 난 뒤 어민들에 대한 교육과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표했다”고 전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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