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 시기까지만 해도 선진 기술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추종자(follower)였다. 4G 시기에 와서는 경쟁자(competitor)반열에 오르더니, 5G 시기에는 표준을 선도하는 룰메이커(rule-maker)가 되겠다고 나선다. 중국 통신 기술 얘기다.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래스(MWC) 상하이 2016’은 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주역은 중국의 양대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ZTE다. 5G 표준을 향한 두 회사의 경쟁으로 전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ZTE는 한국 파트너사인 KT의 황창규 회장을 초대하는 등 글로벌 협력을 과시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샹지잉(向際鷹) ZTE 수석연구원(사진)은 “치열했던 기술개발 경쟁의 결과 4G 표준의 13%를 확보했다”며 “이제는 회사의 명운을 걸고 5G 표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예산의 약 10%이상을 이 분야에 쏟아붇고 있다는 것이다. ZTE의 5G개발을 이끌고 있는 그는 “지금 치고 나가지 않는다면 노키아처럼 하루 아침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샹 연구원은 5G가 실현된 세상을 “여유롭고 다채로운 삶이 가능해 지는 곳”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주제는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이다. 그는 “인간을 가상공간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로 5G기술”이라며 “우리가 개발을 끝낸 ‘프리 5G(5G 전단계)’기술은 기존 LTE 스마트폰으로도 5G급 고화질 영상과 VR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KT와의 협력에 대해 “한국 기술은 급변하는 환경에 가장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이상적인 만남”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2018년 평창올림픽 때 5G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서비스 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