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km' 돌아온 임창용…징계 해제 후 첫 등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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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임창용(40)이 징계 해제 후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용은 지난 1월 불법 도박 혐의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정규시즌 144경기의 절반인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전은 KIA의 올 시즌 73번째 경기로 임창용의 등판이 가능한 날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어떤 상황에서라도 임창용을 마운들에 올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팀이 0-8로 뒤진 4회 말 2사 1루에서 선발 지크를 구원한 그는 넥센 김민성을 상대로 공 7개를 던져 삼진 처리하며 4회를 마쳤고, 5회 이준영으로 교체됐다. KIA는 넥센에 7-10으로 져 7위로 떨어졌고, 넥센전 7연패에 빠졌다.

임창용이 모습을 드러내자 고척돔을 찾은 KIA 팬들은 팀이 8점차로 뒤진 상황에서도 일어서서 큰 환호를 보냈다. 임창용이 타이거즈(KIA의 전신 해태 포함)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 건 지난 1998년 10월 4일 광주 OB(현 두산)전 이후 6480일 만이다.

지난해 구원왕(33세이브)를 차지한 임창용은 공백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구위를 선보였다. 140㎞ 후반대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져 김민성을 상대했고, 최고 구속은 시속 149㎞까지 나왔다. 경기 후 그는 "오랜 시간이 걸려 친정팀에 돌아와 공을 던지게 돼 설레고 기뻣다. 많은 공을 던지지 않았지만 몸 상태나 밸런스 모두 나쁘지 않다. 팀이 지고 있어 팬들께 인사를 못 드렸는데 다음 등판 때는 인사도 드리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단순도박 혐의로 지난 1월 벌금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임창용은 삼성의 올 시즌 등록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팀을 떠났다. 한 동안 팀을 구하지 못했던 그는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28일 가까스로 KIA와 계약하며 18년 만에 고향팀으로 돌아갔다. 임창용은 95년 광주진흥고를 졸업하고 해태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4년 동안 29승24패·60세이브를 올리며 최고 소방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재정 악화에 빠진 해태는 99년 임창용을 삼성에 트레이드했다.

KIA와 계약한 이후 임창용은 전남 함평에 위치한 기아 챌린저스 필드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6월 초 3군 등판에서는 시속 146㎞를 기록하기도 했다. 임창용은 징계 해제일이 임박해오자 최근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등판을 준비했다. 김기태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임창용을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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