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 '법정관리→상장폐지'1호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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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따른 상장 폐지 '1호 기업'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장기업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지난해까지는 관리종목으로 들어갔는데, 올해부터는 곧바로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증권거래소 상장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새 규정에 따라 SK글로벌을 상장 폐지할지를 놓고 채권단과 법조계는 '안 된다',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각각 밝히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4일 전체회의에서 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한 SK글로벌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더라도 상장폐지는 막겠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병든 기업을 수술해 되살리는 게 법정관리인데, 이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증시에서 쫓아내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 상장폐지를 못하도록 증권거래소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법원에 상장폐지 무효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법정관리 기업을 상장폐지하면 기업 구조조정을 늦추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실 기업이 신속하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회생 여부를 판정받는 것을 막게 된다는 것.

서울지방법원 파산1부의 변동걸 수석부장판사는 "새 규정은 부실 기업이 회생하는 데 꼭 필요한 회사정리법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상장을 폐지하면 기업 회생의 중요한 수단인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卞부장판사는 "SK글로벌이 법정관리 신청으로 상장폐지에 들어간다면 이에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김준헌 상장제도팀장은 "회사정리법 30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영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거나 파산할 것으로 우려될 때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법정관리 신청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증권거래소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법정관리로 관리종목에 편입되면 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주가가 급변동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특히 법정관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간이 평균 4년으로, 부실기업이 증시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불신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증시에 남고 싶다면 경영을 정상화한 뒤 재상장을 하는 게 시장 원리에도 맞다는 것이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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