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첸코탈출은 「실연」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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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 로이터=연합】소련비밀경찰 KGB간부인「비탈리·유르첸코」(50)가 미국에 망명했다가 다시 소련으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한 것은 사상때문이 아니라 사랑때문 이라고 미국의 ABC방송이 5일 보도했다.
ABC방송은 「유르첸코」가 캐나다주재 소련외교관의부인과 사랑에 빠져 있었으며 그가 미국으로 망명하면 그녀가 남편을 떠나 미국에서 그와 결합할 것으로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유르첸코」는 본국에 부인과 16세된 아들을 두고 있다.
ABC방송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이같이 보도하고 그러나 그녀가 그를 거부하자 「유르첸코」는 그녀를 만날 수 있도록 자신을 캐나다로 보내줄 것을 미중앙정보국(CIA) 에 요청, 캐나다로 갔으나 그녀로부터 또 다시 거절당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마침내 지난2일 워싱턴의 한 식당에서 소련대사관으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유르첸코」와 사랑을 나눴던 여인은 터론토주재 소련무역사무소 직원 부인인 「데드코바」로 알려졌는데 그녀는 6일 27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유르첸코」와「데드코바의 남편은 절친한 친구사이였는데 일부 정보소식통들은「데드코바」가 정말로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KGB 또는 다른 기관에 의한 타살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70년대에 워싱턴주재 소련대사관에서 「유르첸코」와 함께 근무했던 소련망명자인「옐레나·미트로히나」양은 ABC방송의 나이트라인 프로에서 『「유르첸코」가 소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기 전 그를 만나려 했으나 만나지 못했었다』고 말하고 『한동안 그를 지탱시켜준 것은 그의 애인이 그와 결합할 것이라는 믿음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미트로히나」는 지난 78년 미국으로 망명한 이래 처음으로 가진 이 TV회견에서 자신은「유르첸코」를 정신적으로 위안시키기 외해 그와의 면담을 미관계당국에 요청했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에 미연방수사국(FBI) 에 「유르첸코」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럴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보내와 CIA에 이를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히고 자신이 그를 만났었다면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데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자신이 망명했을때 그녀의 사건을 담당한 CIA요원을 비난하면서『이방인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누구나 극히 외롭다는 느낌을 받게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보소식통들도「유르첸코」의 망명원인이 캐나다의 애인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있다.
ABC방송은「유르첸코」가 소련대사관으로 도망하기전에 식당에서 CIA직원과 나눈대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나가면 어떻게 하겠소? 총을 쏘겠소?』 『천만에요. 우리는 망명한 사람을 그런식으로 다루지 않아요.』 그러자 「유르첸코」가 일어서면서 『15분후에 내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마시오』라며 식당밖으로 나갔다.
한편 소련전문가들은 「유르첸코」가 소련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바꾼 것은 확실하며 그가 귀국하고 나서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레닌」훈장이 아니라「교도소」라는 훈장을 받게될 것』이라고 「패트릭·리히」상원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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