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군의관 조카 GOP부대서 빼려 한 헌병대 수사관 징계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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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모 부대 헌병대 수사관 A씨는 지난해 4월쯤 평소 알고 지내던 전 대구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인사청탁성 부탁을 받았다. 결혼을 앞둔 군의관 조카가 일반전초(GOP)부대로 배치를 받게 됐는데 결혼준비에 차질이 염려되는 만큼 부대를 후방 쪽으로 옮길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이후 배치예정 부대 소속 의무대 운영과장·의무대장 등에게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결혼을 앞둔 개인사정이 부대분류 심의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미혼인데다 전공분야가 GOP부대에 적합해 변경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자 부대 참모장에게 연락해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군의관이 결혼예정인데 전방으로 분류하지 않을 수 있냐”고 물었다. ‘사단장 결재만 남겨둔 상황에서 변경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듣자 다른 부대 사단장에게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인사청탁을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항고했다. 군의관 부대 배치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조카의 근무지를 알아봐 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단순히 문의만 했는데 징계가 과하다는 것이다. 또 자신보다 계급이 훨씬 높은 상급자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령부가 지난해 9월 항고를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 역시 최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원지법 행정3부(오민석 부장)는 “국가안보라는 막중한 임무수행을 위해 엄격한 기강과 규율이 필요한 군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인사청탁과 같은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요구된다”며 “헌병수사관은 자신보다 계급이 높은 상급자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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