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여고생 성관계 사건, 꼬리 무는 은폐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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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담경찰관(SPO·스쿨 폴리스)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과 관련해 부산 경찰의 은폐사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문제가 된 경찰관이 속한 경찰서의 보고 누락이 애초 알려진 중간 간부급이 아니라 서장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난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은 문제의 경찰관들이 소속된 연제경찰서와 사하경찰서의 서장까지 성관계 사실이 보고된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연제경찰서 소속 A(31) 전 경장은 지난달 7일 학대아동쉼터에서 자신과 성관계한 여고생이 자살을 기도했다는 청소년보호기관 상담사의 연락을 받고 상담사를 따로 만났다. A 전 경장은 직후 담당 계장(경감)에게 보고했고, 담당 계장은 상급자인 과장(경정)에게 보고했다. 과장은 이틀 후인 지난달 9일 김성식 서장에게 보고했다.

이날은 청소년보호기관이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 수사계에 이 내용을 문의했다가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연락하라고 통보받은 날이다.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A 전 경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같은 달 17일 사표가 수리됐다. 하지만 연제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보호기관에서 공문 통보를 받고난 후 A 전 경정의 비위사실을 알았다”고 부산경찰청에 허위보고를 했다.

또 사하경찰서 소속 B(33) 전 경장의 부서 담당 계장(경감)은 지난 8일 B 전 경장에게서 비위사실을 확인한 뒤 과장(경정)에게, 과장은 같은 날 정진규 서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두 곳의 경찰서 모두 소속 경찰관의 비위사실을 인지한지 1~2일 만에 지휘 계통에 따라 계장→과장→서장 순으로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이는 28일 경찰청 본청 감찰팀이 확인한 사실이다.

결국 두곳의 경찰서장이 문제의 경찰관에게서 사표를 받고 사건을 덮은 셈이다. 하지만 애초 부산경찰청은 계장이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은 또 지난 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직 경찰의 폭로 글이 올라온 후 이번 사건을 알았다고 했다. 부산 경찰이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경찰청 본청 감찰과에서 부산경찰청보다 먼저 이 사건을 인지하고 지난 1일 감찰에 나섰는데도 SNS 폭로 이후 알았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찰청은 이례적으로 6명의 감찰팀 직원을 부산청에 파견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 은폐에 경찰서 총경급은 물론 부산경찰청 감찰계 직원이 포함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 부산시교육청은 노민구 교육국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고 세부 개선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SPO의 교내활동을 일시 중단할 것을 부산경찰에 요청했다. 또 SPO의 학교 방문 때는 정복을 착용하고 학생 상담은 교내로 제한키로 했다. SPO의 역할도 학교폭력 예방과 비행으로 제한하고 학교폭력 관련 상담을 할 경우에는 사전에 학교와 협의하고 상담내용을 기록해 의무적으로 남기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 교육청은 남자학교에는 남자경찰을, 여자학교에는 여자경찰을 배치하고 남녀공학학교에는 남녀 2인1조로 배치할 것도 요구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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