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육림도 품질고급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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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야외에 나가보면 우리나라의 산들도 이제 모양이 돼가는구나 하는 인상을 준다. 10여년 전 뻘건 맨살을 드러냈던 벌거숭이 산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검푸르고 울창하다.
모두가 거국적으로 퍼 온 치산녹화사업과 국민의 호응으로 이뤄진결과다.
6·25동란후에는 입목 축적량이 5.6입방m에 불과하던 것이 30입방m로 늘어났고 2030년에는 74년의 일본수준에 육박하는 84입방m를 내다보게 되었으니 아홉번째의 육림의 날을 맞는 뜻은 새롭다.
정부는 이 날을 전후해서 어린 나무에 비료를 주거나 가지를 잘라주는 등 전국적인 행사를 가지리라 한다.
그러나 어느만큼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비료만해도 시·군이 약간씌 보관중이던 행사용비료만을 특정 산지에 시비하는데 그쳐 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육림의 날 참가자들도 공무원 등 극소수에 불과해 행사를 치렀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림이 심은 나무를 잘 가꾸고 잘 기르자는데 진정한 뜻을 두고있다면 보다 효율화하고 실효를 거둘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식목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풀베기 작업이다. 해방후 1백억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왔으나 지금까지 성목으로 자란 나무가 얼마되지 않는 것은 조림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았던 탓이다. 애써 심은 나무가 풀베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녹음기에 잡초그늘에서 시들어 죽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해마다 산불로 잿더미로 변하는 산림만도 적지 않다. 산불은 수십년간 애써 키운 나무를 단숨에 몌허화한다는 점에서 예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 등산인구는 급증하고 약초를 캐는 사람들도 날로 많아져 산불의 위험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보아 앞으로 육림의 제반 시책은 산불예방대책으로 전환되어야하며 산림공무원들의 배치도 본부중심에서 일선중심으로 조정함이 마땅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산림녹화는 성취시켰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시기에 다다랐다.
산지를 자원화하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할 때다. 전국토의 70%나 차지하는 산을 두고서도 해마다 10억달러에 가까운 외재를 사쓰고 임업의 GNP 기여도가 겨우 0.8%에 불과한대서야 되겠는가.
산지의 자원화는 고급임목의 품종개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토질과 기후에 알맞고 병충해에 강하고 생장이 빠르고 재질이 고급한 품종을 개발해내야 한다. 해방후 유일하게 성공했다던 현사시나무만해도 한때 「산지의 포플러」라하며 조림을 적극 권장했으나 재목으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일본도 한때 삼나무를 적극 권장했으나 요즘은 값이 형편없이 떨어지고 대신 회목이 고가로 평가받고 있다. 50∼1백년의 장기계획아래 막대한 예산을 들여 끊임없이 육종실험을 하고있는 일본도 30년앞을 내다보지 못해 시행착오를 한 셈이다.
우리도 30년후의 수종기호를 예측해 신품종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예산의 0.3%에 미달하는 산림청 예산을 대폭 늘려 산림기술과 정책개발에 집중 투입하고 보다 우수한 육종연구요원을 확보, 활발한 연구를 보여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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