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협상 무엇이 문제인가〉(1)양담배|외제선호·경작농가피해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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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측이 대한상품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최우선 품목의 하나로 제시한 양담배에 대해 정부는 앞으로 미국측과 협상을 통해 개방문제를 타결할 예정으로 있다.
지난 8월 신겸현 부총리가 국회상임위 답변에서 『양답배의 수입금지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고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을 보면 미국측 개방 압력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미국은 『동양권에서 양담배의 횹연과 소지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주장,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담배시장(작년기준 1조3천9백억원규모)의 문을 꼭 열겠다는 태도다.
양담배 개방은 우리 경제에 많은 영향울 미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막대한 외채를 안고 있는 마당에 상당한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또 담배경작지 축소에 따르는 농가소득의 감소, 현재 연초자 조참시설의 일부 폐쇄에 따른 잉여인력의 처리 문제가 뒤따른다. 여기에다 미군을 통해 유출되는 양담배도 훨씬 늘어나 골치를 썩일 것이다.
전매청은 강한 외제선호 경향과 고급담배가 대부분 (금액기준 88%)을 차지하는 소비패턴을 고려할 때 양답배 수입이 전면 개방될 경우 양담배가 국내 고급 담배시장의 3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었다.
양담배의 시장점유율을 고급 담배의 30%로 잡을 때 한 햇 동안 국내에서 소비될 양담배는 약 7억5천만갑 정도로 1갑당 수입가격을 40센트로 잡는다면 3억달러의 외화가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다.
양담배 수입이 허용되면 관세가 1백%적용되므로 켄트·말보로 등은 1갑이 8백원 안팎에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10만2천6백여 경작 농가중, 21%에 해당되는 2만1천4백여 가구가 담배 경작을 포기 해야 한다. 담배 제조시설의 축소로 일자리를 잃게 될 인원만도 3전여평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양담배의 전면적 수입개방은 불가하다는것이 전매당국의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개방안은 ▲완제품의 제한적 수입개방 ▲기술도입 ▲합작회사의 설립등 세가지.
양담배 수입을 제한적으로 개방해서 시장점유율을 2%선에서 묶는다면 수입대금은 2천8백10만달러, 피해농가는 약1천5백호로 추산된다.
기술도입방안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제조기술과 함께 외국담배의 상표를 그대로 들여오는 방안과 단순제조기술만 들여으는 방안이다.
상표도입의 경우 보통 외국산 잎담배를 3O%이상 혼합토록하고 있어 로열티 외에 잎담배수입대금이 추가된다. 시장점유율을 30%로 볼 때 외화지출은 1억20만달러에 달할 것이다. 피해농가는 9천8백여호로 추산된다.
단순히 기술만을 들여와 새 담배를 제조,판매할 경우 시장점유율 60%, 로열티(매출액의5%)6천8백40만달러가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농가피해는 없다.
기술도입의 겅우 국내시장잠식을 막을 명분이 없다. 어차피 국내제품이므로 공급·유통제한 등이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기술제휴에 참여치 못한 국가나 회사의 추가 개방압력도 큰문제.
세계적 담배메이커인 미필립모리스사 R J 레널즈사 등이 주장하는 방안이다.
전매청을 공사화하여 외국회사와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출자규모·조건 등의 변수가 많아 쉽게 손익계산서를 뽑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국내시설(생산능력 연8백50억개비)의 가동률이 90%를 밑도는 실정이어서 시설과잉문제가 난제로 등장한다. 추가시설의 도입, 외국잎담배 수입등이 뒤따를 것이며 합작에서 배제된 회사의 압력에 대한 대처도 문제가 될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면 일본은 지난 59년 양담배 수입을 제한적으로 개방했으나 고율의 관세,판매업소 제한, 광고규제등으로 견제해 왔다. 지난 4월 완전수입 자유화조치를 취했으나 일본 담배보다 30∼40% 비싼 가격, 수입업자들의 자율적 광고 규제에다 양담배를 즐기지 않는 경향때문에 수입 양담배의 시장점유율은 1·8%에 머무르고 있다.
대만의 경우도 65년 완제품의 제한적 수입으로 문을 열었다. 현재 전매당국이 미필립 모리스사의 기술을 도입, 신제품을 내놓기로 하고 협의중이다. 필립모리스사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외국잎담배를 40% 혼합하며, 그 공급권울을 독점하는 조건으로 타결될 전망이다. 호텔·면세점 등 이외의 일반 담배판매업소에서는 양담배판매가 금지돼 있어 시장점유울은 1·5%에 불과하다.
전매청은 각 개방안에 대한 자체 분석과 일본·대만의 예를 들어 완제품의 제한적 수입개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양담배의 시장개방이 이뤄지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을 누그러뜨리고 대외통상외교의 큰 짐 하나를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88올림픽을 앞두고 대외개방 이미지의 개선효과도 기대되며 소비자의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우리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현명한 단안을 내릴 때인 것 같다.<정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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