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줄고 깊이잇는 공부가능"|제외과목 교육 소홀우려|내신 상향조정은 학교차로 문제많아|집중 공부로 검정고시 출신·재수생 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학력고사과목 대폭축소는 대학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적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할수었을뿐아니라 전과목 고사준비에서 오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는점에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대부분의 고교 교사·대학교수들도 이를 환영했다. 31일 문교부 발표를 전해들은 첫 당사자가 되는 고 2학생들은 『외기에도 벅찬 고사 과목을 오직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할수없이 공부해야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돼 홀가분하다』며 좋아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고1이 되면서·대학입시 걱정으로 밤을 새우는 아들을 볼때마다 안쓰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정신적인 부담만이라도 덜게돼 다행스럽다』고 환영했다.
일선 고교교사나 대학교수들도 『학생들이 장래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부할수 있게됐다』고 대체로 이를 환영했으나 『다만 고교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문교부가 내신 반영률을 상향조정하면 교육과정이 정상운영될것으로 보는것 같으나 내신은 교내에서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크게 뜻이 없을뿐아니라 현실적인 지역및 학교차를 고려할때 무턱대고 높일경우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학활동의 실질적 강화가 뒤따라야 할것으로본다』 고 지적했다.
▲정명숙양(17·서울 정신여고 2년)=17개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우지도 못하고 시험을 치른다는 선배들이 많았다.
우선 번거로운 과목 부담에서 벗어나 좋아하는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할수 있을것 같아 다행스럽다.
그러나 국어·수학·사회·지리·물리·화학·생물·지학등 주요 과목이 모두 I·Ⅱ로 나눠지고 한문까지 포함돼 실제로 준 것은 3∼4과목에 지나지 않아 다소 불만이다.
▲이연의 교장(경기여고)=그동안 과목이 너무많아 학생이 고생한게 사실이다.
과목이 축소됨에 따라 과목별로 학습내용이 심화될것이고 학부형·학생들은 고사 과목에 우수 교사 배치를 더욱 바라게될 것이다.
공립학교는 사립학교보다 교과과정편성에 융통성이 없어 입시 경쟁에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게 됐다.
예능계 신설로 내년부터 예능반을 별도로 편성할 계획이다. 고사 제외과목 교사들의 소외감 해소에 신경을 써야할것같다.
▲윤문원 교감(서울예고)=예체능계 신설은 잘한 것이다.
예고의 경우 문교부의 교육과정이 12과목인데 입시를 위해 17과목을 가르쳐야 했으니 그동안 과목별로 무리가 많았다.
선택·필수과목 모두 무리 없이 정해졌으나 선택 과목증 제2외국어나 실업은 인문고와의 수업 시간 차이로 예고생들이 훨씬 불리할것같다.
▲박내창 교사(중앙대 부고)=기술과목 교사로서 갈등이 생긴다.
학생을 위하는 길은 입시지도를 철저히 해 진학시키는 것인데 내 과목을 충실히 하면 입시에서 학생들이 불리해질것이 아닌가.
쉬운 부분, 흥미있는 부분만을 골라 가르쳐 평가할수밖에 없고 나머지 시간은 입시 과목에 「협조」 해야할 지경이다.
입시 제외 과목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의욕 상실이 필연적으로 보여 문교부의 교과과정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본다.
▲민경배 교수(연대 교무처장)=학력고사 과목의 축소 조정은 고교 교육이 대학 임시에만 더욱 치중하게 될 우려가있다. 내신 성걱용 과목과 학력고사 대비용 과목의 2원화로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지 않도록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과목축소로 검정고시 출신·재수생등은 집중 공부가 가능해 재학생보다 유리해질 것으로 보여 이런 부작용도 고려해야할것이다.
내신 반영 비율 상향조정은 대학의 선발권 행사영역 축소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영혁 교장(서라벌高)=교육과정 통폐합이 선행되지 않고 입시 과목만 줄이는 것은 정상적인 고교 교육에 무리다.
내신 성적 비율을 높인다고 하나 같은 학교안 학생끼리의 경쟁이므로 전혀 의미가 없다.
▲황정규 교수(서울대 사대)=고사 준비 학습의 부담을 덜고 좀더 깊이 있는 공부를할수 있을 것이다. 대학으로서도 입학후 수학능력을 오히려 더 잘 평가할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앞으로 고사 문항도 깊이 있고 고등정신능력을 평가할수 있는 내용을 개발하고 단편 지식의 암기 능력평가에서 탈피해야 한다.
내신의 정상운영으로 고사제외과목이 학교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뒤따라야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