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의 한계 |「민추위」사건 수사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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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9일 서울지검공안부가 발표한 「민주화추진위원회」조직 검거소식은 다시 한번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우선 검거된 26명 전원이 우리나라의 앞날을 이끌어갈 20대의 인재들이란 점에서 안타깝고 이들이 「학생시위와 노사분규를 배후에서 조종한 용공단체」라는 검찰의 조사는 충격과 경악을 안겨준다.
검찰은 이들이 「깃발」등 과격지하유인물을 만들어 학원가에 배포하고 서울미문화원 점거사건, 민정당사 점거사건, 대우어패럴 근로자 동조시위등 각종 학생운동을 배후에서 조종해온 혐의가 있다고 밝히고 이들을 용공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의 행위가 당장은 「혐의」의 단계이며 범법의 사실여부는 재판에서 밝혀진다는 심리의 과정이 남아있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대로 이들이 『북괴집단이나 북괴집단에서 나온 유인물을 직접 접촉한 사실이 없는 자생적 사회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우리사회가 「미·일제국주의세력」에 예속되고 「군부독재정권과 매판독점재벌이 민중과 대립」돼 있으므로 「현정권을 타도한 뒤 민중정권을 수립」해야 된다는 논리를 신봉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불신이고 도전이며, 우리사회는 이러한 논리나 행동양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극히 일부 학생들의 주장이고 사고방식일지라도 이는 국가의 앞날을 위해 매우 위험하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도 엄연히 우리나라 국민이고 따라서 정치적인 문제에 관해 의사표시의 자유와 권리가 있음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것은 실정법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반정부까지는 몰라도 반체제·반국가의 선까지를 넘어선다면 이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학생운동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가능하나 체제자체를 뒤엎을 수는 없음을 명심해야할 일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논리가 합리적인 방법에 의해 국민의 총의가 결집돼 이루어지지 않고 폭력혁명을 그 수단으로 한다면 이것은 반문명적 발상이다.
더우기 치열한 입시경쟁을 이겨낸 이른바 일류대학의 인재들이 극히 부분적으로나마 이러한 사고에 물들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단체의 이념적 배후가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모택동의 『모순론-실천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몇 권의 공산주의 서적을 읽고 이에 심취하여 그 이론을 신봉하고 실천하려 한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가. 이들의 배후가 이에 그치지 않고 더욱 깊이 숨겨진 배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도 든다. 그러한 의구심은 끝까지 추적되고 해소돼야할 것이다.
그러나 순진한 학생들이「자생적」으로 사회주의 사상을 갖게된 배후를 캐내는데는 우리정치·사회현실에 대한 반성도 빼놓아서는 안된다.
학생들이 엉뚱한 이상을 꿈꾸게 한 기저에는 여러가지 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이 없다고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한 모순들이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성취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이러한 「폭력혁명」사상을 근절시키는 결정적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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