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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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저작권조약기구 가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출판계나 관련학계에서는 저작권기구에의 졸속가입은 ▲막대한 저작권 사용료의 부담 ▲해외 지식·정보·문화 수용의 선진국에 의한 제약 ▲외국문화자본의 침투로 인한 우리출판계의 위축 ▲독자 특히 대학생의 부담 과중 등을 들어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출판계는 그러나 이제 무작정 가입거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 도달하고 있다. 지금부터 전면 가입시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것은 국내법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제저작권기구에 가입할 경우 당장 문제되는 것은 사용료다. 세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선진국과 후진국의 문화상품 수출입 현황을 보면 출판물의 경우 93·6% 대 6·4%의 심각한 역조를 보이고 있다(1976년 유네스코 통계). 우리의 경우 한국 저작물이 외국어로 번역된 것은 집계조차 되어있지 않은 상태. 문학작품 92종이 번역되었다는 통계가 있을 뿐이다.
현재 외국서적의 복제 출판물의 국내 유통량은 6천 종으로 시가로는 2백3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5∼10%의 사용료를 낸다면 12억 내지 23억 원이 된다. 또 번역도서가 약 7천 종 2천5백만 부로 추정되고 있어 평균 정가를 4천 원으로 본다면 약 1천억 원의 발행량이 로열티 지불 대상이 된다. 10%씩 친다면 1백억 원이다.
또 저작권자로부터 출판 승낙을 받지 못하거나 배포권이 일본에 있는 원서 리프린트의 경우 부득이 수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리프린트 출판물의 30%만 차지하더라도 원서의 값이 복제물 가격의 3∼5배가 되므로 연간 2백억 원 이상의 외서가 현재보다 더 수입되어야 한다.
결국 복제료·번역료·원서 수입료를 합하면 3백12억 내지 3백23억 원의 추가비용이 당장 더 들게된다.
해외지식· 정보· 문화수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해외첨단기술·지식·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는 신속성과 선별적 수용이 요구된다. 그런데 국제저작권조약에 가입할 경우 선진국에서 자국의 이익에 알맞게 그 사용승낙을 조정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선진국이 선택한 제한된 통로의 지식· 정보· 문화수용에 의존하게 된다.
외국문화자본의 침투도 예상된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제한 품목으로 되어있어 외국인이 국내서적 출판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저작권조약 가입 후에는 외국인의 저작권이 보호되므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의욕이 높아지고 그럴 경우 철폐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외국자본이 들어올 경우 빈약한 우리 출판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또 외국자본의 직접 상륙이 없더라도 저작권 사용승낙을 임의대로 할 수 있는 점을 이용, 외국 출판사들이 한국인을 통한 지사 또는 특약을 설치하여 출판권을 독과점 할 경우가 생긴다.
또 저질 대중문화의 대량수입이 우려된다.
출판권 승낙을 받기 위해서는 저작권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이때의 비용이 상당하고 또 저작권료 부담도 있다. 그럴 경우 많이 비용이 드는 만큼 많은 판매 부수가 보장되는 책이 우선적으로 계약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하지만 판매 부수가 적은 학문· 기술서적은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량으로 팔릴 대중적인 책이 범람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재의 경우 출판승낙을 받지 못하거나 적기 공급을 위해 원서를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며 대학생의 부담이 커진다. 대학교재는 아니지만 일본의 경우 『잉글리시900』의 책의 생산을 허락하지 않아 2백 엔이면 생산할 수 있는 것을 7백20엔에 수입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국내 저작권법으로 외국인 저작권을 일부 보호하면서 아울러 각국 출판계에 대한 보호를 하고 있다.
자유중국은 최근까지 리프린트 출판에 한해서만 외국인 저작권을 보호했고 최근에 와서 일부 외국 저작물을 보호하면서 자유중국의 법에 따라 외국저작권을 보호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즉 외국인은 자유중국의 법에 따라 저작권 등록 신청을 하게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최근 저작권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저작권 등록· 한국인을 통한 저작권 행사 등의 규정을 두고 외국인이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출판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마련한 일이 있다.
또 필리핀은 로열티를 3%로 제한하고 있다.
출판문화협회(대표 임인규)는 저작권 조약 가입 전 단계 조치로 「외국인 저작권보호에 관한 임시조치 법」을 제정하고 ▲내국인을 통한 보호 ▲외국언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취득하기 전에도 법 절차에 따라 저작권 사용료를 공탁하고 복제· 번역 출판이 가능하게 할 것 ▲불소급의 원칙 적용 등이 규정되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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