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온 첫 러시아 사절은 거문도 개항 요구한 「부찌야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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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해는 거문도사건이 일어난 지 1백주년이 되는 해.
세종대(학장 정병선)는 거문도사건의 외교사적 재검토를 위한 제12회 세종 국제학술회의를 22일 상오 10시 세종 호텔에서 열었다.
거문도사건은 1885년 4월 15일 한로 밀약설이 떠돌면서 러시아와 미묘한 관계에 있던 영국이 러시아 견제 책의 하나로 이 섬을 불법으로 점령한 사건. 청국 이홍장의 중재로 영국군은 1887년 2월 27일 이 섬을 물러났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박태량 교수(명지대)는 거문도 출신의 조선조학자·금류(1814∼1884년)의 견문록 『해상기문』을 공개, 19세기 후반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과 한국이 처한 위치를 실감케 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조선에 온 최초의 러시아인인 「부찌야찐」(Putiatin)해군중장은 조선왕국에 개항을 요청한 최초의 러시아 사절이자 최초 유럽 사절이다.
「부찌야찐」은 러시아 제국 대종무관장으로 마닐라에서 돌아가던 길에 1854년 4월 14일 거문도에 정박, 11일간 체류했다. 『해상기문』에 기록된 「부찌야찐」의 공한은 동아시아에서의 개항의 필연성을 강조하고 개항의 조건으로 러시아 선박의 긴급 피난, 수리를 위한 기항권, 필요한 물품 구매권 등을 열거하고 있다.
「부찌야찐」이 구상한 조선개항장은 원산항과 거문도 두 곳으로 보인다.
이번 학술회의에선 주영하 박사(세종대 재단이사장)의 기조강연과 내촌강개(일본 상지대) 신승권(한양대) 추월준행(일본 북해도 대) 교수의 발표와 토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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