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 중국문학과 다르다〃|첫 한문학 전국대회서 이우성 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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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한문학을 올바르게 인식하자는 학자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논의의 중심은 새삼스럽지만 한국 한문학이 곧 한국문학이라는 점이다. 이우성 교수(성균관대·한문학)는 지난 18,19일 성대에서 열린 제1회 전국 한문학 대회 기조 강연을 통해『동아시아 문화권의 각국은 각기 「한문적 양식」을 빌어 독특한 「민족적 내용」을 담아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 각국의 한문학을 중국문학과 동일시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국 한문학의 독자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민족적 자각과 함께 문학의 내용은 물론 양식까지도 민족적인 것이 요구되는 추세는 당연하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 조상들이 남긴 한문작품들이 우리 고전문학과 민족문화 유산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문학의 창작사는 종결됐지만 한문학의 연구사는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어국문학의 초창기 중국문화의 영향에 대한 지나친 반발과 국수주의적 편견은 한문학에 대한 외면과 몰이해로 시종 됐던 점도 지적됐다.
춘원 이광수는 한문학을 우리 문학의 울타리 밖으로 내버려야 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천태산인(김태준)은 우리 나라 한문학을 중국문학의 한 방계로 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차차 수정돼 왔다.
이 교수는 지난 70년대 이후 역사 과학적 방법론을 중심으로 한문학 연구방법론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한문학 작품이 새로 발굴되는 등 새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작품을 일정한 시대의 역사적 소산으로 보는 역사과학적 방법에 기본을 두면서도 미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겠고 연구논문에서 작품보다 작가의 생애와 사상에 편중되는 현상도 반성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한문 문화권을 포함한 세계 민족문화의 교류에 한국 한문학이 만남의 광장을 마련해 나가야겠다고 말했다.<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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