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의 의미분석은 좋으나 해설기사 재탕 곤란 띄어쓰기 등 작문의 기본경시하고 말 연결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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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문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몰라라 하면 죽은 지식의 암기거나 탁상공론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세상 형편에 관심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것이 국가나 민족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여겨보아야 한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IBRD·IMF총회의 의미나 결과라든지, 서울올림픽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은 한번쯤 정리해 두어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남북적십자회담으로 실현된 지난달의 고향방문단 교환과 예술단 공연은 광복이후 민족사에서 가장 크게 기록되어야 할 사건이라 할 것이다.
이번 응모자들도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있어서 서두에 방문단의 상호 교류 의미를 음미하고 분석한 것은 좋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글에서는 신문에 난 사설이나 해설기사의 재탕이 아닌 나름대로의 신선한 시각과 의미부여가 필요하다.
공산당의 세뇌교육 탓으로 정말로 남한의 어린이들이 거지꼴이 되어 깡통 차고 학교에 못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를 그 곳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또 어쩌면 감시자의 눈이 두려워 그 지독한 곳을 지상천국이라 표현한 주교의 누이동생을 위해서도 평화통일의 길을 앞당겨야 한다는 결의를 새로이 해야 하리라 본다.
이종찬군의 글은 이런 면에서 매우 건실하며, 출제자의 기대에도 부응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띄어쓰기 같은 글짓기의 기본을 소홀히 한 것이 눈에 띈다.
㈎에는 목적어가 빠져서 앞뒤의 연결이 잘 안 되며, ㈏는 다소 구체성이 결여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결론부분에서 마음의 자세로 「열린사회」의 강점을 더 살려 가자는 제안은 꽤 설득력이 있다.
오세례군의 글 역시 서두에 고향방문단 교류의 의의와 소득을 밝힌 점이 좋았다. 그러나 「섬뜩함을 느꼈다」와 같은 소감은 이미 신문지상이나 TV에서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말해져 귀에 익었으므로 다른 말로 고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또 주어진 원고용지 5장정도의 분량을 채우지 못하고 겨우 3장 반밖에 못 쓴 것도 감점의 요인이 된다고 본다.
서두에서 문이 길어진 탓으로 동격으로서 지열되어야 할 이산가족」과 「온 국민」이 전자에는 조사「은」이 붙고㈎, 후자에는 「에게는」이 붙는 ㈏등으로 어색해졌다.
또 ㈐는 「이 됨과 동시에」가 대치되어야할 것이다. 선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서울성남고 이진희군과 서울 세화여고 강혜영양의 글이 뛰어났음을 밝혀 둔다. 김은전(서울대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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