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사원 번역·자료직서 큰 활약|대기업 공개채용실시 4년…중간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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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성에게는 대부분 결혼=사직으로 연결되던 종래의 한국기업 풍토에서, 81년 대우를 시발로 삼성·현대 등 대기업의 대졸 기혼경력여사원 공개채용이 실시된 지 만4년이 됐다. 그 동안 각 기업이 내린 이들에 대한 자체평가는 『비교적 성공적이다』는 것. 특히 번역직은 뛰어나게 우수해 『월급값을 톡톡히 한다』는 평이다. 그러나 자녀교육때문에 높은 이직률(15∼50%)을 보인 것은 기혼여성의 취업을 위한 탁아소 설립등 사회적 지원장치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고 있다.
81년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대우가 실시한 기혼 경력여사원 공개채용에는 약 6백명이 응모,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36명이 입사했다. 대단한 인기로 약 17대1의 경쟁률.
이어 삼성(83년11월), 현대(83년12월)가 뒤따라 실시, 지금까지 3대기업이 모두 총2회씩의 기혼 경력 여사원을 채용했다. 현재 각 기업 근무인원은 2백40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별표 참조).
3대기업의 근무조건은 근무시간이나 봉급산정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공통적인 것은 기혼 경력 여사원만을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
대우는 근무시간을 상오9시∼하오5시로 정했고 일반사원보다 짧은 근무시간 등을 감안하여 초임을 대졸 미혼 여사원 30만원(남성 32만원)보다 훨씬 밑도는 24만5천5백원으로 정하고 경력을 더한다. 기혼 여사원은 1년마다 재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삼성은 근무시간이 일반직과 같은 상오 8시30분부터 하오6시까지. 초봉은 30만원으로 일반 대졸남성보다 10% 적은 선에서 책정, 경력이 추가되며 정규사원으로 채용한다.
입사 후 승진한 케이스는 소비자 상담의 이춘산대리, 기획실의 오춘애대리등 2명이다.
현대는 근무시간이 상오8시30분부터 하오5시30분까지. 초임은 전문대출신 신입사원 기준인 25만5천원에 경력을 더하는 수준. 정규사원으로 채용한다. 입사 후 승진한 케이스는 설계담당 황영이대리 1명.
이들 여성들이 취업한 분야(별표참조) 중 가장 뛰어나다고 각사 인사 담당자가 얘기하는 것이 영어·일어·불어 등의 번역과 자료직.
대우의 경우는 번역직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대학강사·외국어잡지편집인·외국회사직원 등보다 근무 조건이 좋은 직장으로 전직한 경우가 7명이나 된다고 인사담당 기획조정실장영호부장은 얘기한다.
이들 재취업 기혼 여사원들이 일을 갖게된 후 느끼는 보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수입을 갖게된 뿌듯함과 자유로움, 남편과 자녀들의 새로운 인정』이라는 것.『가장 괴로운 때는 아이들이 아플 때』라는 것이 현대건설해외가족 상담실 현명준씨(32)의 얘기다.
기업은 이들 기혼 여사원들의 근무태도를 『대체로 양호하며 자부심이 강하고 업무에 대한 열의가 높다』고 평한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는 11월중 다시 기혼 여사원을 채용할 계획. 현대는 84년 이후 계열사별로 모집, 현재 현대건설이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대우는 11월중 미혼 대졸 여사원을 최초로 공개 채용하는데 이들은 결혼 후까지도 근무를 전제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앞으로 기혼 여사원의 수가 늘고 역할이 커지면 지금까지 결혼한 후에도 일할 기회를 주었다는 단순한 만족에서 불평등한 봉급산정과 승진규정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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