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 MB 청와대서도 검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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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은 이명박 정부 때도 검토됐던 안이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자체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의해 구체화한 사업이었다.

당시 정책·정무라인서 아이디어
신공항 백지화 뒤에도 증설 연구
천영우 “군시설, 여수 이전도 논의”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추진 의사를 밝히고, 건설교통부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지만 사업이 구체화한 상태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MB가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 건설을 내걸면서 영남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MB 정부 초기부터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TK)과 가덕도를 미는 부산·경남(PK)이 충돌한 게 문제였다. 국토연구원에 입지 관련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결정을 미뤘지만, 두 지역은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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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들어 연구용역 결과도 정리되기 시작했는데 두 지역 모두 공항 건설 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유력했다. 당시 청와대로선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때 청와대 정책과 정무라인에서 동시에 내놓은 방안이 바로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증설을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이 “신공항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내라”고 지시했고, 그 결과 지역감정을 읽은 정무라인과 전문가들 의견을 수렴한 정책라인에서 ①김해공항 증설 ②영남권 신공항 백지화라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바로 새누리당의 정진석 원내대표다. 그는 21일 “당시 대통령에게 ‘어느 편으로 신공항이 가더라도 상당한 정무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직접 보고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뒤 외교·안보라인이 나서 김해공항 증설을 위해 불가피한 군사시설 이전 문제를 검토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한다. MB도 고심 끝에 2011년 3월 30일 신공항 건설을 완전 백지화하는 ‘②안’을 택했다. 이틀 뒤 특별기자회견에선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백지화 쪽으로 일단락을 낸 뒤에도 MB 정부 청와대에선 김해공항 증설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됐다. 당시 외교안보수석이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공군에 지시해 김해공항 군사시설을 여수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태희 전 실장도 “2011년에는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 영남권 공항 백지화로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에도 공항 수요가 더 늘어나면 일단 김해공항을 증설해 대응하는 게 좋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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