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연금 확대 또 하나의 걸림돌…보험 만족도 세계 꼴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한국 소비자의 보험에 대한 만족도가 전 세계 꼴찌 수준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가 최근 발표한 ‘세계보험보고서 2016’에 따르면 30개국 중 한국의 보험소비자 경험평가지수(CEI)는 가장 낮은 30위였다. 미국(2위)이나 독일(5위)은 물론 아시아 국가 중 일본(14위), 중국(19위), 대만(23위)에도 한참 뒤쳐졌다. 보험시장 규모로 한국이 세계 8위(2014년 수입보험료 기준)임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기사 이미지

캡제미니는 30개국의 보험 소비자 1만58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경험평가지수를 매겼다. 보험상품과 판매채널에 대한 만족도 등을 종합해 지수화했다. 한국은 2013, 2014년엔 30개국 중 29위, 지난해엔 25위에 머물렀다. 줄곧 하위권을 맴돌다 이번엔 꼴찌로 떨어졌다.

불완전 판매, 철새 설계사
“신뢰 잃으면 보험사 손해” 지적

설문조사 결과 한국 소비자 중 보험과 관련한 경험이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3.6%에 그쳤다. 전체 30개국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미국(58.5%)이나 프랑스(56.8%), 독일(54.2%) 소비자 중 과반수가 보험과 관련해 긍정적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금융감독원의 민원 통계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민원의 3건 중 2건 꼴(64%)로 보험 민원이었다. 전체 민원 접수건수는 전년보다 7% 줄었는데 보험사 민원만 6.3% 늘었다.

수익성이 악화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갱신시 보험료를 크게 인상한 탓이라는 게 금감원의 분석이다. 가입할 때는 이것 저것 다 보장된다며 설득해놓고 막상 고객이 보험금을 청구하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며 지급을 미루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보험사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고객에게 줄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으려는 행태가 점점 심해진다”며 “소비자 신뢰를 잃게 되면 결국은 보험사 손해”라고 말했다.

충분한 설명 없이 가입시키는 불완전 판매, 수당만 챙긴 뒤 고객 관리는 몰라라 하는 ‘철새 설계사’ 같은 고질적 문제도 소비자 불만·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지적됐다. 보험연구원 이태열 실장은 “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보험사는 상품을 더 단순하게 설계해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