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北 '절친국' 방문 염두 "호랑이굴 들어가는 외교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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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 [중앙포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0일 최근 북한의 우방국을 찾아 대북 압박과 관련한 협력을 이끌어낸 데 대해 “올 상반기가 과거 어느때보다 분주한 기간이었는데, 적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제 입장에선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외교를 한다는 기분으로 전략적 목표를 많이 잡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선도 그런 목표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정부 모든 관계자들의 외교활동을 보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커다란 전략적 로드맵이 깔려 있었다”며 이처럼 말했다.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친북 성향이 강했던 북한의 ‘절친국’들을 호랑이에 비유한 것이다. 윤 장관은 상반기 동안 대통령 순방 수행을 포함해 이란, 우간다, 쿠바, 러시아, 불가리아 등을 방문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호랑이굴에 들어가니 결과가 나오더라. 호랑이들과 친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랑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도)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외교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특히 최근 정부가 집중하고 있는 대북 압박 외교와 관련, 70년대식 냉전외교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듯 “과거 70년대식 냉전구도와는 다르다. 북한 핵문제가 북한과 국제사회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70년대에는 이념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이 거의 반반씩 대립하는 구도였다면 이제 완전히 북한과 전체 국제사회가 안보리 결의를 통해 동참하는 구도가 됐고 과거 북한 우방국들도 다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지역과 관계없이, 이념적 색채에 관계없이, 과거 북한과 친소관계에 관계없이 북핵 전선에서는 북한 대 국제사회 구도가 나름대로 정착되고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우간다에서 봤듯이 몇몇 국가들이 북한과 군사·경찰·안보 분야의 협력을 중단했다. 우간다 같은 경우엔 지난주 군사정보부장이 방한했고 앞으로 그 분야의 고위인사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변화”라고 했다.

또 “더 큰 틀에서 보면 양자관계를 포함해 다른 여타 외교목표도 많이 있기 때문에 같이 달성하면서 북핵이나 도발억지 문제에서도 많은 협조를 확보하거나 이해를 제고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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