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브렉시트 국제적 총공세 "경제가 흔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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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종말론 경고가 부쩍 크게 울려퍼지고 있다. ‘영국인 당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드는데도 나가겠다는 말인가’란 식이다. 노동당 조 콕스 의원의 16일 죽음 이후 흐름이다. 영국 내 분석기관이 나선 게 아니다. 콕스 의원 사망 이후 영국 내 브렉시트 찬반 운동이 이틀간 중단된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IMF 분석을 빌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악의 경우 4.5%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침체 수준을 넘어 공황에 가까운 충격이다. 영국인이 역사적으로 장사에 능한 점을 감안한 공세다.

IMF는 브렉시트 충격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하면 연간 GDP의 0.8% 수준인 EU 부담금 80억 파운드(약 13조원) 정도를 절약할 순 있지만 영국의 GDP는 5년 후인 2021년까지 해마다 1.4% 정도 줄어든다”라고 내다봤다. 이날 보고서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이전까지 일반적인 전망은 브렉시트 이후 2년간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IMF는 한 술 더 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EU와 교역 협상을 잘하지 못하면 “영국은 (EU 비회원국의 기준에 맞춰) 단일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이 경우 GDP가 4.5% 정도 감소할 수 있다”라고 IMF는 설명했다. IMF는 좀 더 실감나게 “브렉시트 이후 수많은 기업이 영국에서 자본을 빼내면 영국인의 임금이 영구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라고도 했다.

이미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되면 향후 2년간 영국의 주택가격은 10%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12% 떨어지며 신규 실업자가 52만 명이나 늘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해협 건너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의 위상이 건지섬처럼 될 것”이라고 18일 말했다. 건지섬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영국령인 이 섬엔 6만 여명이 살고 있다. 그는 “영국이 상업적으로 유럽시장에 참여하려면 EU 예산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금 감소와 영국의 위상 축소는 브렉시트 지지층엔 비수와 같은 말이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주로 저소득?고령층이 브렉시트를 선호한다. EU 분담금과 이민사태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복지혜택이 줄어들어서 피해 보는 계층이다. 이들은 식민지 지배 전성기인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대한 향수에 젖어있기도 하다. IMF와 마크롱 장관의 말은 경제적 손실과 영국 위상 감소를 앞세워 콕스 의원 피습 사망 이후 한풀 꺾인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브렉시트 진영도 반격에 나섰다. 마이클 고브 영국 보수당 의원은 18일자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EU 밖에서 영국은 번성할 것”이라며 “희망을 위해 (브렉시트에) 투표하라”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선택한다고 해도 경기침체는 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브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더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 보수당 의원이 된 인물이다. 브렉시트의 적극적인 옹호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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