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닭 수출국가에 닭 기부…볼리비아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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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빌 게이츠 트위터

빌 게이츠가 양계 산업이 발달한 볼리비아에 닭 기부 의사를 밝혔다가 망신을 당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자선재단 ‘하이퍼 인터내셔널’과 함께 볼리비아 등 24개 개발도상국에 닭 10만 마리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프리카 등지의 빈곤층이 닭을 키우며 식량난과 빈곤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볼리비아 정부는 게이츠의 닭 기부를 거부했다. 세사르 코카리코 농촌ㆍ토지 개발부 장관은 “빌 게이츠의 기부는 무례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생계유지를 위해 닭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게이츠는 우리가 아직도 500년 전 정글 속에서 생산 방법을 모른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볼리비아 상황을 알게 되면 우리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리비아 정부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2009년 닭 1억 4660마리를 생산한 이후 양계 산업이 급 성장해 2014년엔 1억 9360만 마리를 기록했다. 이 중 3600만 마리를 해외에 파는 닭 수출국가다.

볼리비아의 경제와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계획된 빌 게이츠의 기부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6년 1200달러에 불과했던 볼리비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5년 3119달러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볼리비아의 경제성장률이 남미 국가에서 가장 높은 3.8%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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