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유엔동시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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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0주년을 맞은 유엔총회에서 남북한 동시가입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23일「슐츠」미국무장관이 총회연설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면서 동시가입 문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제기됐다.
유엔은 인류의 평화와 복리를 위한 보편적인 세계기구다. 따라서 유엔헌장을 준수할 것을 약속한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은 49년이후 여러 차례 단독 또는 동시 가입안는 내놓았으나 양측의견의 불일치와 이에 따른 미소의 거부권행사로 아직도 미가입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 49년1월19일 당시 고창일외무장관서리 명의로, 북한은 그해 2월9일 각각 최초의 유엔가입신청을 냈었다.
그러나 소련은 남북한이 동시 가입돼야 한다는 이유로 한국가입을 거부했고 북한가입안은.「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합법정부」라는 48년도의 총회결의에 따라 심의조차 안되고 기각됐다.
이런 신청과 거부는 4차례나 더 계속되다가 60년대에 들어서는 양측 모두 가입문제를 제기하지않았다.
73년부터 한국은 종래의 단독가입노선을 포기하고 동시가입을 시도해 왔으나 북한과 소련의 반대로 모두 좌절됐다.
과거 동시가입을 지지했던 북한과 소련은 우리가 동시가입으로 전환하자 여기에도 반대하고 다녔다.
그들의 논거는 동시가입이 민족분단을 영구화시킨다는 것이었다. 유엔은 그 헌장정신에 따라 민족내부문제인 한반도문제를 다룰 수 없고, 통일 민족내부문제이므로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 (언커트)와 유엔군사령부는 해체돼야 하며, 한반도에 관한 모든 유엔결의가 먼저 철회, 취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남북한의 유엔가입은 남북한간의 노선차이, 즉 50∼60년대는 단독 동시가입, 70년대 이후는 선가입·후통일과 선통일·후가입 때문에 지연돼 왔다.
그러나 지금 유엔은 미국주도에서 벗어나 비교적 세력균형상태에 있고 남북한관계도 크게 개선돼 대화가 재개되고 부분적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남북한이 유엔에 함께 들어가 세계와 함께 내외문제를 논의하면서 민족의 번영과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때다.
북한이 동시가입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그것이 민족과 국토의 영구분단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과 선례를 부정하는 억지일 뿐이다.
동서독은 이미 75년이래 동시 가입돼 있다. 그후 양독간의 교류는 더욱 증진되고 평화공존체제도 강화되어 게르만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양독 지도자들의 책임공동체(Verantwortungs Gemeinschaft)의식과 독일민족의 동질성 회복은 더욱 현저해졌다.
이것은 결국 분단의 영구화가 아니라 부분적 통일의 실현이며 완전통일에의 접근인 것이다.
한반도는 지리적 여건이나 실제적 상황으로 보아 국제관계를 떠나서는 존립이나 발전, 그리고 문제해결이 어렵게 돼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들어 개방노선으로 선회하면서 종래의 폐쇄체제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자본가의 국가와도 교류를 모색하고 있다.
금년의 40차 유엔총회는 분단40년을 맞는 남북한이 동시 가입하는 모임이 되기를 기원한다.10월20일을 전후하여 있을 남북한 정부대표의 유엔총회 연설이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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