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건물|멕시코 지진참화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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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멕시코 수도를 강타한 세차례의 지진은 실로 엄청난 재난을 몰고왔다.
도시가 거의 폐허화하는등 재산피해도 가늠하기 어려울정도로 큰 모양이다.
9백70억달러의 무거운 외채를 걸머지고 있는 멕시코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이처럼 참담한 재난을 맞게된 멕시코 지진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찾아야 할것이다.
첫째 원인으로는 진앙지가 멕시코시티에서 3백21km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피해가 엄청났던것은 멕시코시티가 늪을 메운 도시로 지반이 마치 젤리모양으로 약했다는것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니 이것이 전부의 원인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 지반에 견디는 내진건축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둘째 원인이다.
거기다가 인구분산책을 게을리해 멕시코인구가 자그마치 1천7백만명이 집중되어 낡은 건물에 밀집해 살다가 그처럼 많은 인명의 희생을 불러들였다.
더구나 지진은 한번 일어나면 2차 3차로 연속적으로 발생하는데도 멕시코 정부의 지진에 관한 연구부족으로 1차지진후 긴급대피 조치를 소홀히해 막대한 피해를 추가로 빚어냈다. 뿐만아니라 이번에 무너진 건물은 대부분이 부실한 「멕시코 건물」 이었다.
건물 시공때 시멘트 배합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철근도 건축법규정대로 사용하지 않고 철근을 빼돌려 눈을 속여 지은 건물이라는 것은 그 사회에선 정평이 나있는 모양이다 .미국건축회사가 지은 건물은 똑같은 진도의 충격속에서도 끄떡도 않고 온전했다.
엉터리속임수에 의한 부실건물이 얼마나 큰 앙화를 불러들이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멕시코 지진의 참극은 그 사회의 자연적 지반만 약했던 것 외에 도덕적 지반까지도 약했던것이 주요원인이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뼈아픈 교훈을 헛되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진에관한한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록에 의하면 서기200년 이래 2천여차례의 지진이 발생했고 1905년 우리나라의 지진계가 도입된 이후만도 무려 3백30여차례나 지진이 발생했다.
78년에는 폭음을 동반하는 강도4의 지진이 홍성지방에서 발생해 2천8백여채의 가옥이 손상을 입어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또 82년에는 서울 경기일원에 강도 3의 지진이 발생했고 지난 6월에는 대구와 인천 울진지방에서 약진과 경진이 각각 발생했다. 더구나 우리에게 불안과 우려를 자아냈던 것은 고리와 월성의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부근인 울진지방이 진앙지였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건축법상에는 내진설계에 대한 별다른 조항도 없고 우리나라 지진의 분포상황을 조사한 지진도나 연구실적도 비약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몇몇 건실한 건물주는 지진에 대비 내진설계를 별도로해 충격에 충분히 견딜수 있도록 전단벽(Shear wall) 을 쌓고 또다시 프레임 (Frame) 공법을 사용하고 있다.
외부의 충격을 견디고도 충분히 여유를 가질수있게 시공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건물은 지진에 무방비상태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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