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북적위원장 양정동창|즉석서 동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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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2일 하오7시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파티장에서는 송기성변호사, 성락정한국중공업사장, 김기령연세대교수 등 손위원장의 양정고29회 동기생과 이들의 2년후배인 송원영의원(신민)등 10여명의 동기들이 초대돼 극적인 동창의 만남이 이뤄졌다.
미리 나와있던 동창생들은 손위원장이 자리에 들어서자 서로 얼싸안으며 40년만에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특히 손위원장과 공덕동에서 함께 하숙생활을 했던 박문갑씨는 『마치 혈육을 만난심정』이라며 즐거워했다.
송변호사가 역시 동기생인 송범국립무용단장을 가리키며 『범이는 소질을 그대로 잘 살려 무용계의 대가가됐다』고 하자 손위원장은 『예술부문의 교류도 있어야겠다』고 응답.
또 송의원이 『내고향은 용강인데 어머니와 아우가 살고 계시다』고 하자 손위원장은 『요다음에 만날수 있게해보자』고 대답했다.

<서울>
6·25때 남편을 인민군에 잃은 서울의 누님 이원석씨(78·서울상도동)와 북의「인민배우」 이단(67·본명 이정훈) 남매가 『누님』, 『아이고 너구나』부르며 달려들어 얼싸안는 상봉광경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 같았다.『이젠 너하고 나하고 둘이만 남았어』누님 이부인의 말에 동생은 더 큰 울음.
매형의 소식을 묻는 동생의 물음에 한동안 침묵하던 누님은 『6·25때 인민군에 끌려가 학살당했다』고 말하며 목이 메었다.
고개를 숙인 동생은 말없이 눈물만.
이씨의 남편 김동섭씨 (당시 43세)는 동아일보 중역으로 있다. 6·25가 나자 「반동지식인」으로 지목돼 인민군에 학살당했다.
○…역시 북의 인민배우라는 김세영(63)은 이날 딸 민희씨(36)와 상봉했으나 2살때 헤어진 딸을 『정말 못알아보겠구나』라고 안타까와했다.
민희씨가 『제가 엄마를 닮았죠』라고 묻자 『너의 엄만 이뻣는데…』라고 회상하기도.
장소를 별실로 옮겨 얘기를 하는 도중 사촌동생이 아버지제사를 모신다는 말을 듣고는『내가 불효구나』라고 탄식.
이날 딸은 태어나서 처음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아버지, 아버지…』『용선아!』
남의 7순아버지 이양녹씨(75)와 북의·큰딸 용선씨(52·교수)가 36년만에 부둥켜 안았다.
자신이 의사라고 밝힌 용선씨는 남쪽의 두동생 준호(48)·용호(43)씨의 손을붙잡고 『엄마 어디갔니. 네가 7살때 본 준호 아니냐』며 흐느꼈다.
용선씨는 『아버님께 큰절 올리겠어요』라며 땅바닥에 엎드렸다. 이어 두동생도 누님에게 큰절.
누님은 『나는 주체의학 (한방)을 전공한 의학교수가 됐다』며 한동안 북에서의 「성공담」(?)을 들려주기에 바빴으나 끝내 혈육의 정을 억누를수 없는듯 두동생과 아버지의 손을 꼭잡고 북측 안내원들의 눈길을 피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북의 박홍근은 삼촌 박해창씨(52·전북고창)와 누이동생 박희례씨(49)를 35년만에 상봉한 최초의 감격이 가시자마자 남쪽에 있는 사돈의 팔촌까지 최소한 십수명의 단순한 안부를 넘어선 인적사항(나이·직업·주소 등)의 탑문에 돌입, 동석한 북측기자가 무색할 만큼 질문공세를 전개.
오빠가 『김일성수령』운운하며 체제선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본 희례씨는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성격과 마음마저 달라진것 같다』며 한숨속에 어두운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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