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 망가진 우산 고쳐 드려요, 수리비는 미소 한 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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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종합사회복지관서 만난 우산 수리 장인 윤진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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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江南通新이 담은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에게는 江南通新 로고를 새긴 예쁜 빨간색 에코백을 드립니다. 지면에 등장하고 싶은 독자는 gangnam@joongang.co.kr로 연락주십시오.

양재종합사회복지관 지하에 위치한 우산수리센터에는 고장 난 우산을 무료로 수리하는 윤진구씨가 있다. 우산수리센터는 2003년부터 서초구에서 자활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었다. 초기에는 다른 구에도 우산수리센터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센터는 서초구가 유일하다. 2009년부터 우산 수리를 하는 윤씨는 서울뿐 아니라 목포나 대전 같은 지방 도시에서도 유명한 우산 수리 장인이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우산 수리를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윤씨는 “우산 수리 기술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우산을 들고 온다”며 “서초구민이 아니어도 찾아오면 고쳐드린다”고 말했다.

그때 마침 택배가 도착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보낸 부러진 우산이었다. 윤씨는 “이렇게 택배로 오는 우산들은 꼭 수리하고 싶은 마음에 보내는 거라 수리를 해주긴 하는데 사실은 직접 이곳에 와서 우산 수리를 의뢰하는 게 원칙”이라며 “수리 후 포장해서 택배로 보내야 하고 분실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윤씨가 하루에 수리하는 우산은 평균 30개가 넘는다. 장마철이나 비 온 다음 날은 고쳐달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자외선이 강해지는 봄과 여름에는 양산 의뢰도 적잖다.

윤씨는 비 온 뒤 길거리에 낙엽처럼 뒹구는 우산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아끼는 우산 정도만 수리하고 대부분 너무 쉽게 버린다”며 “고쳐 쓰려는 인식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후 이곳에서 우산 수리를 시작했다. 요즘엔 그를 이어 우산 수리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다. 가끔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지만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어서 진득하게 배우지를 못한다. 윤씨는 “나마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테니 계속해야 한다”며 “부품 구하기가 고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안 쓰는 우산을 여기에 기증을 해주시면 그 부품으로 여러 우산에 새 생명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산 수리의 가장 큰 매력으로 ‘사람들의 환한 웃음’을 꼽았다. “수리 의뢰가 들어오는 우산은 대개 사연이 있는 경우예요. 한 할머니는 젊은 시절 예단으로 받은 양산이라며 어떻게든 고쳐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우산은 무조건 고쳐야죠. 그렇게 고치고 ‘감사하다’ 한마디 들으면 그걸로 됐어요. 우산 받아 들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 얼굴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거든요. 그 기분 때문에 우산 수리를 놓을 수가 없어요.”

우산수리센터는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1인 1개를 기준으로 한다. 윤씨는 우산은 고쳐 쓰는 것보다 잘 관리해서 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용한 우산은 반드시 펼쳐서 그늘에 말리세요. 그대로 접어 두면 녹이 슬고 햇볕에 말리면 천 조직이 쪼그라들어 찢어지거나 우산을 펼 때 우산 살이 부러지기 십상이죠. 아주 작은 습관이에요. 그 습관만 지켜도 우산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난 사람=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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