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냉온탕 자원 개발 정책 되풀이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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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어제 열린 ‘2016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선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현오석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파티는 끝났다”면서 공기업 기능조정 계획을 밝힌 지 2년 이상 걸린 방안 치고는 졸작이라고 볼 수밖에 없어서다. 그나마 눈에 띄는 내용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5곳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8곳의 증시 상장 계획, 전력소매·가스도매의 단계적 민간 개방이 고작이다.

문제는 국가 생존이 걸려 있는 에너지 공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후퇴할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해외 자원 개발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온탕에서 이번에는 냉탕으로 바뀌면서다.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면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에서 석유·가스 광구만 남기고 현지 사무실과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기로 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기능도 감축된다.

이런 방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무분별한 투자에 나섰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데 대한 정상화·효율화로 보기에는 정도가 지나치다. 에너지 수입률이 96%에 이르는 현실에서 자원은 한국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중국·일본을 비롯한 강대국은 자원 선점에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고 중동·미국 같은 자원부국은 틈만 나면 자원 수출량 조절로 에너지와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석탄공사는 해야 할 일을 미룬 경우다. 1조6000억원대 부채 더미에 올라 있어 즉각 폐쇄가 효율적인데도 정원을 매년 줄여 나간다는 식의 어중간한 방안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1989년 석탄 합리화 정책을 시작한 지 30년간 정부가 허송세월한 탓이다. 진작에 대체산업 육성을 했어야 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안보와 직결된 자원 개발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고 공기업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그친다면 기업과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필수 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후속 작업을 통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다시 촘촘하게 마련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