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 직원 사망' 대보그룹...최등규 회장, 횡령·로비 혐의 항소심도 실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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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등규(68·대보그룹 회장). 권혁재 기자

200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고 일부를 군 시설 공사 수주를 위해 로비를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등규(68) 대보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나 2심 재판을 받던 중 대보그룹 측에서 단합대회로 등산을 강요해 회사 직원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이승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1심과 같이 추징금 9000만원도 함께 명령했다. 다만 최 회장이 심장수술을 받았고 계속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1심에서 이뤄진 보석허가 결정은 취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룹 회장이 개개 계열사의 독립적 자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위는 주식회사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라며 “2004년 같은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고 엄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심과 같이 최 회장의 범죄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법인세 포탈 부분에 있어서는 법 조항 적용이 잘못된 점을 고려해 1심을 직권으로 파기했다. 또 최 회장이 당심에 이르러 피해 회복을 위해 피해회사들에게 92억 여원을 추가로 변제해 전체 횡령금액의 60% 정도를 갚은 점도 참작해 형을 일부 줄여줬다.

앞서 최 회장은 2008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대보정보통신 등 계열사를 동원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거래를 꾸민 뒤 대금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211억 8700만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7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포탈하고 군 공사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평가심의위원과 브로커 등에게 총 2억45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성탄절에는 회사 단합대회에서 회장과 경영진의 강요로 산행에 오르다 대보정보통신 사업부 김모(42) 차장이 숨지는 사건도 발생해 논란이 됐다. 당시 회사 측 관계자는 “최 회장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 ‘건강 중시’가 우리 기업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35년간 등산 행사에서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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