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빈집 30% 시대 맞게 되는 일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오영환
오영환 기자 중앙일보 지역전문기자
기사 이미지

오영환
도쿄총국장

일본의 전후 베이비 붐 세대(단카이 세대)에 내집 마련은 평생의 꿈이었다. 1947~49년 패전의 잿더미에서 태어난 것도 보금자리에 대한 소망을 키웠다. 800만 명인 이들 세대는 60~70년대 고도 성장을 이끌면서 꿈을 이뤄 갔다. 임대 주택에서 출발해 새집을 분양받고 다시 단독 주택을 마련했다.

종신고용 환경에서 회사 인간으로 사는 한 내집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 정부도 경기 부양 차원에서 신축의 자가 보유 정책을 폈다. 장기 저리의 주택융자를 보장했다. 70~80년대 교외로, 야산 지대로 주택 건설 붐이 일었던 이유다. 주택 단지를 따라 철도 노선과 도로가 개통됐다. 공원과 학교에는 어린이들이 넘쳐났고, 상권도 형성됐다. 뜰이 달린 단독 주택은 단카이 세대의 이상향이었다. 가정은 집(家)과 뜰(庭)이 있을 때 이뤄진다는 말이 나왔다. 자연 속의 쾌적한 주거 공간은 긴 출퇴근의 고생을 씻겨 주는 안식처였다. 단카이 세대의 자가 보유율은 86.2%나 됐다(2013년 고령사회백서).

그러나 지금 교외의 주택단지는 일변했다. 어디를 가나 빈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적도 드물다. 일본 총무성 조사 결과 빈집은 820만 채로 전체 주택의 13.5%다(2013년 현재). 빈집 증가는 인구 감소의 필연적 산물이다. 고령화도 한몫한다. 자식과 떨어져 사는 고령자의 양로시설 입소가 늘고 있다.

단카이 세대의 사망률이 올라가는 2020년부터는 매년 20~30만 채의 빈집이 나올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지방은 빈집 비율이 훨씬 높다. 야마나시현은 22%, 나가노현은 19.8%다. 꿈의 안식처가 치안·방재(防災) 문제를 안은 흉물로, 소유자에겐 경제적 짐이 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이달 초 2033년엔 빈집 비율이 30.4%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도권을 포함한 3대 도시권에 인구의 절반이 사는 것을 고려하면 지방은 두 집 중 한 집이 빈집일 게다. 지방 소멸이 따로 없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여러 빈집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서둘러 온 것과 한 맥락이다. 지난해에는 특별조치법을 전면 시행했다. 무너질 우려가 있거나 경관을 해치는 빈집을 당국이 철거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빈집을 팔 때의 양도소득세율도 낮췄다.

내년부터는 지자체별로 운영하는 ‘빈집은행’ 정보를 중앙정부가 통합해 관리한다. 빈집 은행은 소유자가 지자체에 등록한 물건 정보를 구매·임대 희망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전국 68%의 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이를 중앙정부가 일원화하면 빈집 거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주택 리모델링 사업도 개화한다.

우리나라의 빈집은 2010년 현재 5.4%다. 인구 동태가 일본과 닮은 점에 미뤄 비율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데이터 베이스를 서두르면서 빈집을 사회적 짐이 아닌 자산으로, 새 비즈니스 기회로 삼아 가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근본적 방책은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오 영 환
도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