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올림픽참가 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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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올림픽책임자들은 지난 두차례나 올림픽에 번갈아 불참한데 대해 정치성을 배제하고 앞으로는 그같은 사태를 반복하지말자는 노력을 다짐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15일 양국 올림픽위원장은 올림픽이 있을 때마다 자국의 참가의사를 사전에 꼭 상대방에 통보키로하는 협정을 체결키로했다.
문안자체는 꼭 참가를 보장하는것이 아니지만 그들의 진의는 올림픽 참가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확인, 앞으로는 쉽게 불참하는 사태를 없애기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인류의 평화와 단결을 목적으로하는 본래의 올림픽정신이나 차기 올림픽 개최국인 우리의 입장에서 볼때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2천7백여년전 고대 그리스에 난립됐던 도시국가 (polis)들 사이에 시작된 올림픽은 BC774년에서 AD393년의 로마시대까지 2백93회를 계속했지만 전쟁중에도 중단된 예가 없다.
오히려 도시국가들이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픽이 다가오면 무기를 버리고 한데 어울렸었다.
프랑스의 교육자 「쿠베르탱」남작이 1894년 올림픽을 부활시킨것도 그같은 인류의 평화를 위한 열렬한 소망에서 나왔다.
당시 세계는 구미의 선진공업국에 의한 식민지분할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제국주의로 전환하면서 식민지 재분할전쟁, 즉 제국주의전쟁이 시작돼가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제국주의 전쟁이라는 미국-스페인전쟁 (1898년) 이나, 잇단 발칸전쟁, 그리고 제1차대전의 전운도 이미 감돌고 있었다.
이처럼 평화를 제1의 목표이자 이상으로 해온 올림픽이 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에 대한 응징으로 미국이 80년의 모스크바 올림픽에 동맹국들과 함께 불참,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소련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다른공산국가들과 함께 84년 LA올림픽에 불참함으로써 올림픽은 적대적인 정책의 도구로 전락되고 말았었다. 세계를 이끌어가고있는 지도국답지 못한 무책임하고 졸렬한 올림픽 모독이었다.
이제 그들이 올림픽을 그같은 정치오염으로부터 정화하고자하는 움직임을 보인것이다. 그것은 올림픽정신의 원상회복 운동이기도 하다.
서울올림픽 준비도 착착 진행되어 지금 로잔에서는 TV중계료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러 있다.
마지막 문제이기도한 북한의 서울올림픽 참가문제도 10월8일 IOC 주선으로 로잔에서 열리는 남북체육회담에서 가부간에 결말이 날것같다.
이럴때 미·소올림픽당국이 보여준 호혜·협력정신은 서울올림픽을 8년만에 다시 전인류적·전세계적행사로 회복시키고 남북한이 함께하는 민족의 제전으로 승화시키는데 기여할것으로 기대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당국과 국민은 허장성세보다는 알차고 값진 올림픽준비에 진력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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