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C&M 사업부 노태영 상무 “20년 사용 컴프레서 기술, LG가 처음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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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C&M 사업부 노태영 상무가 컴프레서 내부 구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가전부문 조직을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에어컨·냉장고·세탁기 같은 완제품 중심 사업부들 사이에 부품으로는 유일하게 컴프레서를 개발하는 조직(C&M)이 ‘사업부’로 편성돼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가전업체도 특정 부품을 별도 사업부로 꾸리는 경우는 드물다.

리니어 방식 기술 세계 최고 평가
“전문인력 퇴직할 때 까지 한 우물”

컴프레서가 뭐길래 LG전자가 이같은 조직을 꾸리고 있을까. 입사 후 25년간 C&M 사업부에서 개발 업무를 맡아온 노태영 LG전자 상무는 “컴프레서는 냉장고·에어컨·정수기처럼 냉각장치가 들어간 가전의 핵심 부품”이라며 “자동차로 치면 엔진과 같아 컴프레서의 성능을 올리지 않으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어컨의 냉방 원리는 냉매가 기화하면서 주변 열을 뺏는데 있다. 이때 기화된 냉매를 고압가스로 압축해 다시 액체로 만들어야 냉각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데, 컴프레서가 이 일을 담당한다.

노 상무는 “냉장고·에어컨 등은 소비전력의 80%를 컴프레서가 사용하고, 소음과 진동도 대부분 여기서 나온다”며 “냉각 기능이 뛰어나면서 오래 쓸 수 있고 조용한 가전은 결국 컴프레서라는 부품 하나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컴프레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2000년대 초반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벌였다.

대부분의 전자 회사들은 모터의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냉매를 압축하는데, LG전자는 이때 모터가 직선으로 운동하는 리니어(Linear) 방식의 컴프레서를 개발했다. 덕분에 에너지 손실을 줄였고 내구성도 크게 높아졌다. 노 상무는 “전문가들 사이에 리니어 방식이 좋다는 건 당시 이론적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도 구현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최근 들어 리니어 방식의 컴프레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가 이 기술에서 15년 정도 앞서 있는 셈이다. 노 상무는 “전자 제품은 전자산업을 기반으로 하지만 컴프레서는 기계산업을 기반으로 한다”며 “어느날 갑자기 선두업체를 역전하는 경우가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R&D)에 장기 투자해야 기술력이 쌓인다는 얘기다.

현재 글로벌 가전기업들 가운데 컴프레서를 자체 기술력으로 만드는 곳은 LG전자 외에 월풀·일렉트로룩스·삼성전자 정도에 불과하다.

LG전자는 컴프레서 분야 인력은 다른 부문과 인사 교류를 하지 않는다. 퇴직할 때까지 수십 년간 컴프레서 성능을 높이는 일에 매진한다. 노 상무는 “컴프레서 외길 연구원들은 스스로를 ‘콤프맨’이라고 부른다”며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드는데 대한 자부심이 밴 호칭”이라고 설명했다.

컴프레서와 모터의 내구 연한 인증기관인 독일의 VDE는 지난해 LG전자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해 세계 최초로 ‘20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인증했다. 노 상무는 “LG전자는 리니어 컴프레서가 들어간 제품에 업계 최초로 ‘컴프레서 10년 무상보증’라벨을 붙인다”며 “LG 냉장고·에어컨은 고장이 안나 교체를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 데는 컴프레서 기술력이 바탕에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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