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7) 황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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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사는 처음 병·의원을 찾는 환자 누구에게나 과거의 병력을 묻는다. 과거의 병력이 진단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럴때 『3년전에 심한 황달을 앓은 적이 있읍니다』라고 황달이 질병의 이름인양 얘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황달은 두통이나 위경련처럼 병의 증상을 나타내는 용어지 병명은 아니다.
황달은 대부분의 경우 간질환때 나타나게 되나, 간질환외에도 용혈성빈혈·담석·담낭염·담도계의 암등에서도 나타날수 있다.
그러니 정확한 변명없이 『옛날에 황달을 앓은 일이 있읍니다』라는 경우는 대개 간염을 앓은 것으로 간주할수 밖에는 없다.
일반적으로 간염뿐 아니라 각종 간질환, 또는 담도계질환에서 황달의 정도와 질병의 경중은 대개 비례하지만 때로는 황달이 없는 간질환, 특히 간염 증상이 가벼울 때는 자신도 모르게 지나는 경우도 흔히 있다. 또 황달 없이 심한 중증간염이나 간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를 자주 본다. 반대로 현저한 황달이 오래 지속되어도 실제 간에는 장애가 가벼운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황달이 없고 임상증상이 가볍다고해서 치료가 반드시 쉬운것은 아니며 이런 병이 오히려 오래 지속되면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이 되는 율이 전형적인 간염보다 높다는 점이다.
얼굴색과 눈의 흰자위가 노래지는 황달은 문외한도 알수 있는 증상이지만 황달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간이나 담이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황달이 없고 증상도 가벼운 경우 환자 자신이나 의사도 병을 가볍게 여기기 쉬우며 따라서 진단이 늦어져 병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황달이 있는 경우 빨리 병원을 찾게 되나 없는 경우 나름대로 증상을 해석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병을 악화시키게 된다. 일반적으로 심한 황달을 동반하는 전형적인 간염쪽이 치유하기가 더 쉽다고 보고있다.
만성 간질환에서 육안으로 황달을 확인했다고 하면 그 질병의 시작은 훨씬 오래전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만성 간질환에서 황달이 나타나면 병의 진행이 악화된것을 뜻한다. 이럴 때는 황달이 나타나는 시기에 전신권태감·식욕부진등의 자각증상도 뚜렷해진다. 또 이런경우 질병의 경중과 황달의 정도가 대개 비례하며 황달이 나타나기전에 대개 소변색이 붉게, 마치 간장빛처럼 보인다.
문제는 황달이 나타났을때 반드시 그 원인을 규명해야한다는 점이다. 즉 간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쓸개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등 황달의 배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이것이 밝혀져야 치료에 임할수 있으므로 황달만으로 간질환이라고 믿어버리는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문한규<부산대 의대학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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