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기억 안난다" 섬 여교사 성폭행범들 송치

중앙일보

입력

전남 신안군 흑산도 여교사 성폭행범들이 10일 검찰에 넘겨졌다. 피의자들은 "죄송하다"면서도 범행 공모는 부인했다.

목포경찰서는 이날 여교사를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치상)로 흑산도 주민 박모(49)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4일 구속됐다.

박씨 등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몸은 포승줄로 묶인 상태로 경찰관들에게 이끌려 목포경찰서 유치장을 빠져나왔다.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경찰의 방침에 따라 3명 모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박씨 등은 혐의 인정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죄송하다" "죽을 죄를 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행을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인하거나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제 상태이던 2007년 1월 대전 20대 여성 성폭행 사건의 범인으로도 확인된 김모(38)씨는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는 대전 사건에 대해서도 "빌라에 들어간 건 맞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달 21일 저녁 박씨의 식당에서 여교사를 취하게 한 뒤 각자 차로 차례로 관사에 간 점, 순차적으로 관사 내부로 들어간 점, 22일까지 6차례 통화를 시도해 2차례 통화한 점 등에서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냈다. 피해자도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피의자들끼리 '빨리 나오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을 송치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속이 지난 4일에야 이뤄진 이유에 대해 "수사 초기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고 임의 수사방식으로 충분히 수사가 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목포=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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