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플루토늄 추출 활동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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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재처리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가 밝혔다.

정부 “심각한 우려, 면밀히 주시”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재처리 활동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북한은 영변 핵단지의 5㎿급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를 빼내 식힌 다음 재처리 시설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며 “지난 핵실험에 사용된 플루토늄도 이 시설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6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북한이 영변에서 재처리 시설을 다시 가동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지난달 31일 공개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에서도 발전소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플루토늄 추출을 시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정부는 북한의 플루토늄 추출 재개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관련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재처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재처리 활동에 돌입했느냐”는 확인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정보사항”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현재 북측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6자회담의 ‘2·13 합의’와 ‘10·3 합의’에 따라 2007년 흑연감속로인 5㎿ 원자로를 폐쇄·봉인한 뒤 이듬해 6월에는 냉각탑까지 폭파하는 등 불능화 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채택한 직후인 2013년 4월 5㎿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2013년 4월 이후 재처리 활동을 부분적으로 해왔을 것”이라며 “5㎿급 원자로를 1년 정도 가동하면 핵무기 1개 제조 분량인 5~7㎏의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이기준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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