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어학연수」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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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어많이 배웠어요?
『오케이 정도는 잘해요』
-수료증 같은게 있습니까?
『그럼요.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두었죠』 둘러섰던 학생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올여름방학 어학연수차 미국의 모대학에 한달동안 머무르다 온 어느 대학의 학생들이 학교에 모였다. 미국에서 찍은 컬러사진들을 돌려보며 즐겁다.
한달연수에 3백4만2천1백60원(미화3천4백57달러)씩 낼수 있었던 여유있는 가정의 자녀답게 표정도 밝다. 이들이 다녀온 미국어학연수강의는 상오 4시간 수업에 하오 2시간 실습
그러나 1인당 1천7백달러씩 약5만달러(약4천4백만원)의 수강료를 받은 미국대학에서는 연수기간인 4주동안 교수가 아닌 학생을 시켜 강의를 했단다. 「은행서 돈 찾는 법」 「식당이용법 등 국내에서도 쉽게 배울수 있는 회화가 고작이었다고 한 참가학생은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그나마 강의에도 빠진채 영화관·술집·오락실출입·쇼핑을 일과로 삼아 인솔교수의 애를 먹이기도 했다는 뒷얘기다.
연수가 끝난후 이들은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호놀룰루 등을 관광하고 귀국했다.
또 그들은 가는 곳마다 한국에서 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온 대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한 학생이 한달연수에 쓰는 돈이 국내서 4년간 등록금과 맞먹는 액수입니다』
이들을 인솔했던 교수는 말하고 있다. 연수를 핑계로 관광·쇼핑에 더 관심이 많은 부유층 자녀 대학생들에 대한 현지교포들의 비판도 많았다고 했다.
대학마다 모집해 보낸 올여름 해외연수반은 줄잡아 1천여명. 그 귀한 외화를 쓰고 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워왔을까. <이재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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