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했다. 회담은 현지시간 5일 오전 9시(한국시간 5일 오후 10시) 아바나 시내의 쿠바 정부 건물인 컨벤션궁에서 열렸다. 미수교국인 두 나라 외교장관이 단독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 열려
“쿠바와 이심전심 공감 느껴”
외교부 중남미국은 6일 “양국 외교장관은 양자·지역·글로벌 차원에서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회담 뒤 인터뷰에서 “양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시킬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제가 강조했다. 그런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쿠바 측의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들은 윤 장관이 언급한 “잠재력의 구체화”가 양국 간 수교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고, 쿠바 측도 진지하게 들었다”고 전했다. 회담은 30분으로 예정됐으나 75분으로 길어졌다.
윤 장관은 “이번에 쿠바 측이 보여준 배려와 이례적으로 길었던 회담 등을 통해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며 “양국 관계에서 밝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북한의 우방들을 상대로 한 ‘대북 압박외교’의 일환이다. 윤 장관은 이달 중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도 회담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지혜 기자, 아바나=외교부 공동취재단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