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인물 국회부의장 지명 후유증|신민「내우」로 창당 후 최대시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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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은 지금 창당이래 최대의 어려움을 맞고있다.
당직인선과정 등에서 소외돼 온 민한당 등 타당출신의원들의 별도 서클조직과 국회부의장지명을 둘러싼 당내의 세찬 반발 등이 기존당내질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지경이기 때문이다.
동교동계는 직속사단인 김상현-조연하 그룹이 떨어져나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고있고, 상도동계 역시 박일·유한열·정상구·정재원 의원 등 민한당 출신들이 거꾸로 포문을 겨냥하고 있다.
○…국회부의장 후보에 유제연 의원이 지명된 것은 동교동계 뿐 아니라 여야모두에 예상 밖인 듯.
고 김녹영 부의장 후임으로 야당 측에서 맡게돼 있는 이 자리는 신민당이 당직배분 과정에서「동교동계 몫」으로 묵계 한 것으로 지명권 자는 김대중씨.
대부분의 예상은 김씨의 직계로서 창당에 주요역할을 한 노장(61세)조연하 의원이 지명되리라고 전망했다. 조 의원이 지난 전당대회 때 부 총재직을 고사했을 때「부의장」을 위한 것이란 것이 중론이었기 때문.
그러나 지명권자인 김 씨의 의중에선 조 의원이 진작부터 제외됐다는 후문이며 주위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러 차례 건의했으나 끝내 유 의원으로 낙착됐다는 얘기.
이 같은 배경엔 김씨의 조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믿음이 주변의 추측과는 크게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충성도」「밀착도」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평. 지나 2월초 김씨 귀국이래 김씨와 조 의원은 단둘만의 대면기회가 적었고 참모회의 등에선 조 의원이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한바 있으며 2개월 전엔 서로 얼굴을 붉히는 다툼까지 있었다는 것.
조 의원은『김씨와는 연배도 같아 이성 이상의 관계로 지냈는데…. 잔인한 처사다』김대중씨에게 섭섭함을 표시.
조 의원의 후견인으로 김대중씨로부터 노골적인 견제를 당하고있는 김상현씨는『눈을 씻고 봐도 조 의원대신 유 의원을 지명할 명분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3일 아침 김상현씨 집에는 10여명이 모여「부당한 처사」를 공격했으나 끝내『조직에 따르겠다』고 결정, 표면적으로는 일단락.
그러나 문제는 동교동계 외부의 반발로 번졌다.
당 지도부와 상도동계는 어차피 지명권자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못마땅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나, 비주류와 일부 초선의 의원들의 반대기세는 의외로 거셌다.
전당대회 이후 침묵을 지켜온 이철승 의원은『부의장자리는 당의 대표이어야지 계파의 전리품이 돼선 곤란하다』면서 당내 계보싸움의 추태를 국회까지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유 의원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틈에 김옥선 의원은『신의와 자존심을 위해 묵과할 수 없다』며 부의장 출마를 선언.
○…조 의원의 탈락은 그동안 동교동계 2인자로 불리어온 김상현씨 그룹의「약화」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
동교동계내부에는 그게 김상현씨 조연하 의원 중심의「민주대학」그룹과 양정직·박영녹·김종완씨 등의「민헌연」그룹 및 이중재·이용희·박종률 의원 예춘호씨 등 제3그룹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중「민주대학」그룹은 현실참여를 주창, 지난 총선 때 미국에 있던 김대중씨를 대신하여 신민당내 동교동계형성에 큰 몫을 했고 그만큼 당내 영향력이 컸었다.
그러나 지난 전당대회를 고비로 동교동계는 새로운 진영으로 개편되기 시작했다.
부총재에 양씨(민헌연)와 이중재 의원, 사무총장에 이용희 의원이 차지함으로써 민헌연 및 제3그룹이 부상했고 이번 조 의원이 부의장 직에 탈락됨으로써「민주대학」은 완전히 중심 권에서 멀어지게 됐다.
김씨의 직속부대로 알려진「민주대학」그룹의 이 같은 고립화에 대해 측근들은 ▲김상현씨가 김대중씨의 대리인역할을 충실히 못해냈으며 ▲김상신씨가 개인이익을 앞세운 의혹이 있고 ▲「민주대학」이란 한 단계 건넌 조직의 2원성 때문에 김대중씨의 직접적인 조직관리가 어렵고 ▲동교동계내부엔 반「미주대학」세력이 지지세력보다 많다는 이유 등을 들고있다.
김대중씨는 오래 전부터「민주대학」을 직접 손댔을 때 계보 내에 미칠 타격을 치밀히 계산했으며 이제는 김상현씨를 따라나설 원내직계가 7명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있다.
○…기존2군단(동교·상도), 4사단(이철승·김재광·이기택·신도환)으로 표현되는 6개 계보 외에 신민당내엔 최근 2개의 서클이 생겼으며 하나가 더 추가될 전망.
제일 먼저 발족한 모임은 초선의원 그룹인 12정민 회로 계보정치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당의 단합을 표방. 반면 최근 발족한 신보수회와 조직중인 정치발전연구회는 민한당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며「순수친목」을 표방하고있다.
신보수회의 핵심멤버는 회장 유한열·고문 임종기의원외에 황병우·정재원·유갑종·최운지·서종렬·신경세·이건일·김봉욱·조병봉·송현섭·김완태·장기욱 의원등 14명으로 곧 사무실을 얻어 세미나 등 본격활동에 들어갈 예정.
정치발전연구회는 박일·정상구·이상민·이재량 의원 등이 중심이 돼 임시국회 후에 발족할 예정인데 회원은 12명쯤 될 것이라고 예고.
이 두 서클은 당직인선에서 소외된 것과 지구당 조직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데 불만을 품고 있으며 당 지도부가 「조직강화특위」를 통해 어떤 대답을 주느냐에 따라 행동폭이 달라질 듯.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내각책임제를 표방하는 신당』구상을 공공연히 밝히고있어 귀추가 주목.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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