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3조5000억, 삼성중 1조5000억 자구안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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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잠정 승인받아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31일 “현대중공업이 의미 있는 자구 계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해외 수주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자구안대로 우선 시행토록 회사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KDB산업은행으로부터 이날 자구안을 잠정 승인받았다.

현대중, 하이투자증권 등 매각
대주주 사재 출연은 포함 안돼
삼성중도 거제도 호텔 등 팔기로
현대상선 8042억 채무 재조정 완료

현대중공업은 2014년 9월 권오갑(65) 사장 체제 출범 이후부터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약 3조9000억원 규모)을 진행해 왔다. 잠정 승인받은 자구안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8년까지 총 3조5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부채 비율도 현재 134%(개별기준)에서 10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주식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 인력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통해 8000억원,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1조2000억원을 각각 조달한다는 목표다.

계열 증권사인 하이투자증권도 연내 매각한다. 지게차와 태양광 등 핵심 사업과 관련성 적은 사업은 분사한다. 지난 4월에는 이미 산업용 펌프를 제작·판매하는 산업기계 부문을 현대중공업터보기계로 분사한 바 있다. 그린에너지 부문 계열사인 현대아반시스와 독일의 야케는 매각이나 청산을 하기로 했다.

알짜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나 정몽준(65) 아산재단 이사장 등 대주주 일가의 사재 출연은 이번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부채비율이 136%에 그치고,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대주주 사재를 출연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10.15%를,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각각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낸 자구 계획안은 1조5000억원 규모다. 자구안에는 거제도 삼성호텔과 판교 연구개발(R&D)센터 등 비업무용 자산 매각과 설비 축소 등의 방안이 포함돼 있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17일 삼성중공업 측에서 자구안을 받아 검토해 왔다. KDB산업은행은 당초 삼성중공업 측의 자구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보완을 요청했고, 이후 삼성중공업과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자구안을 잠정 승인하기로 했다.

최근 국내 조선업 관련 인건비와 설비 수준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친 삼성그룹은 ‘중공업은 자전자수(自戰自守·스스로 싸우고 지켜내야 한다)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 같은 논리를 중심으로 주채권은행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6척의 드릴십(원유시추선) 인도가 연기되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다. ‘빅3’ 중 사정이 가장 어려운 대우조선해양은 아직 자구안을 승인받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르면 이달 초 4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KDB산업은행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상선은 지난달 31일부터 양일간 열린 다섯 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모두 채무 재조정 안건 가결에 성공하며 회생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채무 재조정 액수는 8042억원에 달한다.

이수기·이태경·김경진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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