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수용 방중 직전엔 무수단…시진핑 만나기 전엔 SLBM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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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중인 이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국제담당)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기 직전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이날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 주시여'란 제목의 기록영화(다큐멘터리)에서 북한이 지난 4월 23일 쏜 SLBM(북한명 '북극성')의 발사 및 비행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은 수중 잠수함에서 압력으로 밀어낸 SLBM이 물밖으로 올라와 점화된 뒤 수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았다.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1월 9일에도 지난해 12월 발사한 SLBM 영상을 공개했다"며 "당시엔 수중에서 물위로 날아올라 점화되는 장면까지만 SLBM이었고, 실제 비행하는 모습은 스커드 미사일 영상을 합성했지만 이번엔 조작 시비를 의식한듯 발사후 점화해 비행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활동을 모아 월별, 분기별로 기록영화형식으로 내보낸다. 특히 이날 방영된 기록영화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만건 군수공업부장 등 간부들을 대동하고 SLBM 발사장면을 지켜보는 장면과 SLBM이 수직으로 비행하는 모습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 공개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4월 23일 북한이 발사한 SLBM이 이전에 비해 상당부분 진전되긴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결론냈다. 군 관계자는 "SLBM은 최소 300㎞를 비행해야 하지만 당시엔 30여㎞를 비행하는데 그쳤다"며 "비행중 폭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날 SLBM 영상을 북한이 공개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이수용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방중하기 몇시간 전 무수단 미사일을 쏜 데 이어 시진핑 주석을 만나기 직전 SLBM 영상을 공개한 건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선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며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겠다는 뜻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수용은 지난달 31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성렬 외무성 미국국장과 전직 미국무부 담당자들이 만난데 이어 이날 일본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염두에 둔 조치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북한학)는 "북한과 중국은 사전에 의제 등을 조율했을텐데 중국을 압박해 북한이 얻을 게 없다"며 "오히려 한미일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자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기록영화에는 300㎜ 방사포가 동해안의 한 섬을 타격하는 모습과 지대공 미사일 발사 장면, 스커드 미사일 발사 모습 등이 편집됐다. 특히 헬기에서 발사한 공대지 미사일은 탄두 부분에 달린 카메라에서 전송하는 영상을 조종사들이 보며 정밀 조준타격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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