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평|김은전<서울사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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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늘 말해 온 바지만 논술고사를 통해 출제자와 채점자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응시생들의자기주장 능력이다. 논술문에서 아무리 논리적 사고력이나 분석력·종합력 또는 판단력 등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이들 능력들도 글쓰는 이의 독창적인 안목이나 강한 개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은 추상적 일반론으로 일관한다면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국민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필통에 색색의 연필을 정성스fp 깎아서 가지런히 넣어 놓고 가슴 뿌듯해하던 일들을 회상하는 것도 점수를 따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것이다.
그러나 이런 에피소드들은 어디까지나 연필사용 권장론을 전개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니주객을 전도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권대진군은 현대인의 편리 지향적 의식구조에 대한 비판과 반감에서 연필옹호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것은 샤프 펜슬 애용의 폐단을 정곡으로 찌른 것이었다. 그러나 샤프 펜슬로글씨를 쓰면 글씨가 가늘고 희미해서 읽는 이에게 불편을 주는 단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뒤연필을 사용하면 어린이들의 손끝 놀림을 민첩하게 한다거나,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한다거나, 매사를 미리 준비하게 하는 습성을 길러 준다거나, 몽당연필이라도 소중히 알고 아껴 쓰는 버릇을 들인다거나 등의 미덕을 길러 준다는 점에도 생각이 미쳤다면 더 좋은 글이 됐을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서는 이승연양의 글이 좀더 다양하게 연필사용의 이점을 지적했다고 보여진다.
권대진군의 글에서 고딕체의 ㈎는 물론 기계 조작 면에서의 자동화 장치의 우수성을 말한것이겠으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장치가 많을수록 고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는 「물리적 우수성」이, ㈐는 「것」이 더 알맞을 듯. ㈑도 적절한 비유가아닌 듯.
이승연양은 원고지 사용법과 문단구분에 유의하고, 「깎이」를 「깍기」나, 「깎아야」를「깍아야」로 적는 맞춤법상의 잘못을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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